[인문사회]'고대 도서관의 역사'…옛날에도 "도서관은 국력"

  • 입력 2003년 10월 17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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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0월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 복원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유네스코 주도로 27개국가와 기업들이 복원 비용을 댔다. 아래는 옛 메소포타미아 도서관의 서고 유적

2002년 10월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 복원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유네스코 주도로 27개국가와 기업들이 복원 비용을 댔다. 아래는 옛 메소포타미아 도서관의 서고 유적

◇고대 도서관의 역사/라이오넬 카슨 지음 김양진 이희영 옮김/310쪽 1만3500원 르네상스

도서관은 언제 처음 생겼을까. 그 옛날의 도서관에는 책이 몇 권이나 있었을까. 옛날의 사서들은 책을 어떻게 모으고 분류하고 관리했을까.

인터넷 검색창에 ‘세계 최초의 도서관’이란 검색어를 쳐보니 바로 원하는 답이 나온다. ‘문명 발상의 고장인 메소포타미아 지방에 있던 바빌로니아 수도 니폴의 사원 자리에서 설형문자를 새겨 넣은 점토판이 발견됨으로써 BC 21세기경의 옛 도서관 자리가 아닌가 추측되고 있다.’

호기심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내용이다. 서문에 밝힌 대로 ‘고대의 도서관에 대해 전체적으로 살펴본 최초의 연구서’인 이 책은 그런 갈증을 풀어준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점토판 이야기로 시작되는 책을 얼마쯤 읽어나가자 조금 전 인터넷에서 찾은 내용이 나온다. ‘니푸르’란 곳에서 발견된 점토판 중 기원전 2000년경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점토판 두 개가 나왔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에는 니폴이라고 되어 있는데…. 웹사이트에 글을 올린 사람이 자판을 잘못 친 것일까.

이런 종류의 착오는 고대에는 그렇게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저자에 따르면 고대의 도서관 운영자들은 진본에 가장 가까운 책을 구하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다고 한다. 아직 인쇄술이 발명되기 전이니 책을 여러 권 만들려면 필사를 하는 수밖에 없었고 필사를 거듭하다 보니 미필적 혹은 의도적인 오류가 계속해서 쌓여 갔던 것. 그래서 도서관 운영자들은 책이 처음 씌어진 시기와 가장 가까운 시기에 제작된 필사본을 구하려고 애썼다. 그 와중에 오래된 것처럼 보이게 위조된 그럴듯한 가짜 필사본까지 등장하게 됐다.

고대의 위정자들은 왜 도서관을 지었을까. 그리고 도서관에 그토록 많은 책, 그것도 정본을 모으려고 애를 썼을까. 고대 알렉산드리아의 관리들은 자기 도시에 배가 기항하면 그 배에 실린 모든 필사본을 일단 거두어서 또 다른 필사본을 만든 후 돌려주었다고 한다. 때로는 원본을 갖고 필사본을 돌려주는 ‘사기’도 서슴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훌륭한 도서관이야말로 뛰어난 학자와 기술자들을 유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학문과 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최종적인 결과는. 정본을 많이 갖춘 훌륭한 도서관이 있는 도시 혹은 국가의 융성이다.

미국 뉴욕대 명예교수로서 고대문화사의 권위자로도 꼽히는 저자는 점토판과 파피루스 두루마리에서 양피지 양장본 책에 이르기까지 책의 발전 과정은 물론 서적상, 저자, 도서애호가 등에 대해서도 사회 역사적 맥락과 함께 검토하고 있다. ‘이 점토판을 가져가는 자는 샤마시가 그의 눈을 뽑아 낼 것이다’란 경고문으로 책 도둑을 예방했다는 이야기, 책과 떨어지기 싫어 여행할 때마다 수많은 낙타에다 자기가 가진 책을 전부 싣고 다니곤 했다는 지독한 책 애호가 이야기, 알렉산드리아가 점령되었을 때 도서관에 있던 책으로 6개월 동안 무려 4000개의 목욕탕 화덕이 지펴졌다는 이야기처럼 다소 전문적인 서술을 읽어나가는 지루함을 달래주는 내용도 적지 않다.

그리스의 역사가 디오도로스는 도서관을 “영혼의 안식처”라고 불렀다. 이 책을 기꺼이 펴들 독자들은 아마도 그 말에 동의할 것이다.

사족 하나. 저자는 이 책이 일반 독자와 학자 모두를 위한 것이며 학자들을 위해 책의 뒷부분에 전거를 빠짐없이 첨부했다고 적고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우리말로 옮겨진 책에는 그것이 빠져 있다.

장석봉 번역가·‘우주가 바뀌던 날, 그들은 무엇을 했나’ 등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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