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브리또의 삼성사랑

  • 입력 2003년 9월 4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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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라이온즈 가족 여러분.”

삼성의 외국인 내야수였던 틸슨 브리또(31·사진)의 편지는 이렇게 시작된다.

“먼저 시즌도 마치기 전에 뜻하지 않는 무릎부상으로 팀을 떠나게 돼 정말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중략). 저는 아직도 지난해 우승했을 때의 감동적인 순간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원히 제 가슴속에 묻어두고 살아가렵니다.”

도미니카 출신 브리또는 메이저리그급 수비와 정교한 방망이로 한국프로야구에서 최고수준의 선수로 평가받았던 용병. 2000년 SK에서 뛴 뒤 지난해부터 삼성에서 활약하며 부동의 유격수로 자리 잡았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사직 롯데전에서 2루 도루를 시도하던 롯데 1루주자 박기혁과 부딪혀 오른쪽 무릎 십자 인대가 파열돼 버렸다. 야구선수에게 십자인대 파열은 1년 이상의 재활기간이 걸리는 중상. 올해 정규시즌은 물론이고 포스트시즌 출전도 물 건너갔다.

고민하던 삼성은 잔여시즌 연봉은 지급하되 자국으로 돌려보내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대체용병을 데려와도 규정상 포스트시즌 출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삼성으로선 치명적인 손실.

부상으로 팀을 떠나게 된 브리또는 3년간의 한국생활을 아쉬워하며 통역을 통해 삼성 선수들에게 편지를 썼다. 비록 떠나지만 마음은 항상 삼성 선수들과 함께 하며 올해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기원한다는 내용.

그는 발에 깁스를 한 채 3일 대구구장을 찾아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석별의 정을 나눴다. 삼성 선수들도 포옹을 해주며 아쉬워하는 모습. 브리또는 “고국인 도미니카에 돌아가더라도 마음속으로 삼성을 응원하겠다”며 웃었다. 그는 4일 정밀진단과 수술을 위해 미국 뉴욕으로 출국했다.

외국인 선수의 팀 사랑은 브리또 뿐만이 아니다. 올 초엔 SK의 디아즈가 2주 이상 결장하게 되자 동료들에게 “중요한 시기에 빠지게 돼 죄송스럽다”는 편지를 돌려 선수단을 감동시켰다. 얼굴도 문화도 다르지만 야구로 뭉친 끈끈한 우정은 한결같은 모양이다.

대구=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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