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호기/政治개혁 ‘국민특위’ 만들자

  • 입력 2003년 7월 21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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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권이 대선자금을 둘러싼 논란으로 큰 소용돌이에 빠져 있다. 민주당 정대철 대표의 굿모닝시티 불법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시작된 이 사건은 일파만파로 번져 논란이 증폭돼 왔다. 불법정치자금 문제가 물론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낡은 정치’의 청산을 내건 현 정부와 직접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시선이 그렇게 곱지는 않다.

이에 21일 노무현 대통령은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여야 모두 대선자금을 공개할 것을 제안했다. 대선자금 문제가 국민적 의혹으로 제기된 이상 이제는 투명하게 밝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 회견의 골자다. 나아가 노 대통령은 공개와 함께 검증을 제안했으며, 이때 여야가 합의한다면 검찰도 좋고 특검도 좋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치권만의 논의론 또 실패할수도▼

노 대통령의 제안은 대선자금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져 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시의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관심을 끌었던 민주당 선(先)공개 논란에 대해서는 동반공개를 제시함으로써 기존입장을 고수했다. 우리의 정치여건 및 신뢰도를 고려할 때 나름대로 고심한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 걸음 물러서서 볼 때 이번 논란은 정치권의 고질병인 불법정치자금에 대한 획기적인 개혁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과거의 경우 대선자금 논란은 일회적 사건으로 흐지부지됐지만, 이번 기회에 과감하게 공개 및 검증 받음으로써 향후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가 정치개혁의 일차적인 과제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과제가 중요하다.

첫째,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에는 수입명세의 공개를 의무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수입명세가 정확히 공개되지 않는다면 검은돈과의 고리를 끊을 수 없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따라서 일정액 이상의 정치자금은 후원자의 신원을 선관위에 신고하고, 선관위는 이를 유권자에게 공개해야 한다. 더불어 단일예금계좌를 통해서만 수입지출이 이뤄지도록 정치자금 관리를 일원화해야 하며, 수입과 지출시 수표 및 카드 사용 또한 의무화해야 한다.

둘째, 정치자금의 현실화도 중요한 과제다. 정치자금 기부한도 총액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조정하는 동시에 개인후원 한도는 낮춰 소액 다수의 모금을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논란이 된 경선자금의 경우 합법적인 모금과 지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어떤 정치인이라도 정치자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말이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한 정치자금의 투명화는 요원하다. 따라서 정치자금 모금을 합리적으로 현실화하고 양성화해야 한다.

셋째, 정치자금법 위반자의 처벌 또한 강화할 필요가 있다. 위반자에게 공직 출마 기회를 제한하고, 현행법상의 광범위한 예외조항을 과감히 삭제해 법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더불어 허위 및 부실 회계보고에 대해서는 국고보조금을 중단, 삭감 또는 환수하는 등 엄격하게 대응해야 한다.

▼대선자금 논란 투명성확보 계기로▼

나아가 정치권은 이번 사건을 정치제도 개혁의 전기로 삼아야 한다. 현재 정치자금법뿐만 아니라 선거법, 정당법, 국회법 등 정치개혁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국회에 정치개혁특위가 있기는 하지만 그 활동은 미미한 편이다. 따라서 여야는 이를 과감하게 해산하고 정치권은 물론 전문가, 언론계, 비정부기구(NGO) 등 시민사회도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범국민정치개혁특위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정치개혁은 더 이상 정치권에만 미룰 수 없으며 국민적인 참여에 기반해 이뤄내야 할 것이다.

‘낡은 정치’의 청산은 국민 모두의 염원이다. 세계화와 정보화의 물결을 탄 사회는 이미 디지털 세계로 진입했건만 정치권은 여전히 아날로그 세계에 머물러 있다. 정치가 디지털화하기 위해서는 정치의 투명성이 높아져야 하며, 이를 위해 무엇보다 정치자금의 투명성이 강화돼야 한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우리 정치가 업그레이드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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