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더 나은 세계는 가능하다'…세계화보다 지역화로

  • 입력 2003년 7월 18일 1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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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세계는 가능하다/세계화 국제포럼 지음 이주명 옮김/392쪽 1만5000원 필맥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행동은 점점 더 강렬해지고 있지만 세계화라는 거대한 물결은 지금도 21세기의 한복판을 도도히 흐르고 있다. 반세계화론자들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대안도 없이 불평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비판은 사실과 다르다. 세계화가 강력하게 추진돼 온 지난 20여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저서, 논문, 정기간행물 등을 통해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해 왔다. 진짜 문제는 그 대안의 스펙트럼이 너무 광범위해서 일관된 방향으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한 ‘세계화에 관한 국제포럼(IFG·www.ifg.org)’은 1999년 ‘대안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3년간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IFG는 반세계화 진영을 대표하는 25개국 60여개 시민사회단체의 네트워크다. 이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업 주도의 세계화 추세가 결코 불가피한 것이 아니며 더 나은 대안의 세계를 만들 수 있다는 신념 아래 세계화가 초래하는 부정적 파급 효과들을 폭로하며 그에 대한 실질적 대안을 모색했다.

이 태스크포스에는 IFG 공동의장인 제리 맨더와 데비 바커, ‘오래된 미래’의 저자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필리핀대 교수로 저명한 칼럼니스트인 월든 벨로, 인도 출신의 세계적 환경운동가인 반디나 시바 등 19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토론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가며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10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그 내용은 기업보다 사람과 공동체를 우선시하는 ‘새로운 민주주의’, 경제활동이 미래 세대나 지구 환경을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태적 지속 가능성’, 자연자원과 인류 공동의 문화 또는 정부의 공적 서비스와 같은 ‘공동 자산’의 공적 보존, 시민적 정치적 인권뿐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인권까지 포함하는 폭넓은 ‘인권’ 보호, 모든 사람에 대한 ‘식량의 안정적 공급과 안전성’ 등이다.

나아가 이 원칙에 따라 기업, 권력, 에너지, 무역, 금융 등 각 방면에서 공동의 대안을 내놓았다. 인류의 공동자산을 세계화의 출입금지 구역으로 설정할 것, 농촌 공동체가 오랜 세월에 걸쳐 개발해 온 종자에 대해서는 기업의 특허권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 각국 정부가 세계화보다 지역화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각종 정책을 채택해야 한다는 것, 노동자 고용과 관련된 세금은 인하하고 자본이득에 대해서는 세금 부담을 무겁게 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물론 이들의 대안이 당장 세계화의 흐름을 뒤바꾸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하지만 IFG에서는 이 책에서 대안으로 제시한 세계의 청사진과 그 실현을 위한 방안들에 대해 활발한 대화와 토론을 벌여나가고 있으며 독자들의 참여도 적극 환영하고 있다.

김형찬기자·철학박사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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