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선자금 의혹 모두 밝혀라

  • 입력 2003년 7월 15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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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모두 대선자금 모금과 집행 내용을 소상히 밝히고 철저히 검증하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제안은 한국정치의 고질병 하나를 치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정치개혁으로 승화시켜 정치권이 새 출발을 해야 한다는 것이나 그 때문에 경제에 주름살이 가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얘기도 옳다. 다만 제안의 시기와 동기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해야만 야당의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여당의 대선자금이고, 그 문제도 외부에서 제기한 게 아니라 여당 내부에서 터져 나온 것이다. 따라서 여당이 먼저 고백성사를 하는 게 바른 순서다. 여당이 모범을 보이면 야당도 여론의 동향을 외면하기는 힘들 것이다. 반면 여권이 선후를 가리지 않은 채 구체적 증거도 없이 “야당이 더 많은 돈을 썼다”며 동반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불필요한 반발만 부를 수 있다.

또한 논란의 시발은 굿모닝게이트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영세상인 수천명의 피땀 어린 돈이 한 사기꾼의 손을 거쳐 로비자금으로 증발된 비리의혹이 대선자금 논란이나 정치공방으로 희석돼선 안 된다. 그런 우려를 떨쳐버리려면 굿모닝게이트 수사에 여당이 당당히 응해야 한다. 여당이 거액의 금품수수사실을 시인한 대표 소환을 둘러싸고 검찰과 힘겨루기를 하는 모습은 고백성사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

여야 합의로 대선자금 검증방식이나 검증기구를 정하고, 공개 및 검증과정에서 드러난 과거의 관행화된 불법행위에 대한 면책을 명문화하는 특별법을 마련하려면 여권이 야당의 불신을 씻고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게 관건이다. 이를 위해선 우선 여당이 고백성사라는 말에 걸맞게 진솔하고 겸허한 자세로 공개와 검증에 임해야 한다. 야당을 의식할 필요도 없다.

야당 역시 ‘물귀신 작전’이라고 비난하면서 정치공세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은 현명치 않다. 건강한 정치관행의 확립은 오히려 야당이 앞장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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