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마라톤]동아마라톤 이모저모

  • 입력 2003년 3월 16일 19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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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동아서울국제마라톤대회 참가자들은 흩뿌리는 봄비에도 불구하고 건강과 희망을 향해 즐겁게 달리고 또 달렸다. 부부와 가족들이 손을 맞잡고 참가한 모습이 눈에 띄게 늘었으며 자원봉사자들이 곳곳에서 헌신적으로 진행을 돕는 등 모두가 ‘한마음으로 함께 뛴 대회’였다.

○…부부가 풀코스를 완주하는 사이 딸은 자원봉사자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박인철씨 (41·서울 송파구 문정동)와 서갑선씨(37·여) 부부는 30㎞지점에서 바나나, 초코파이 등 영양간식을 나눠주던 자원봉사자 수정양(13)을 보며 크게 힘을 얻었다고. 수정양도 “부모님이 참가하는 대회에서 봉사를 하게 돼 즐거움이 두 배였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딸의 응원에 힘을 얻어 서씨와 박씨는 각각 3시간43분20초, 3시간43분21초로 나란히 골인해 생애 최고기록을 수립.

○…결승점 입구에서는 색다른 응원전이 벌어져 대회 분위기를 북돋았다. 원더우먼과 슈퍼맨은 물론 어우동까지 나와 환호했기 때문. 응원단은 국내의 최대 마라톤 온·오프라인 동호회 ‘런너스 클럽(이후 런클)’의 멤버 중 기록제한 때문에 뛰지 못한 사람들로 구성된 ‘황금마차 응원’단. 마릴린 먼로 복장을 한 정양미씨(42·여)는 “마라토너는 런클과 비런클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며 자부심을 표시. 런너스클럽회원은 이날 250여명이 참가.

○…올해 66세인 배준기(裵俊基)씨는 맨발로 풀코스를 완주해 눈길. 1990년에 말기 위암 수술을 받았던 배옹은 “맨발로 달리기 시작한 후 체력이 몰라볼 정도로 좋아졌다”고 말했다. 배씨는 교통 통제가 끝난 상황에서도 역주를 계속해 4시간58분34초 만에 풀코스를 완주.

○…이날 대회에는 가슴에 태극기를 달거나 머리에 소형 태극기 깃발을 꽂기도 하고 비옷을 입고 달리는 등 이색적인 복장을 한 참가자들이 많아 눈길. 가슴에 ‘○○아 생일 축하해’라고 쓴 티셔츠를 입고 달리는 남성이 있는가 하면 자원봉사자들은 형광색 타이즈에 풍선을 단 페이스메이커와 원색 계열의 타이즈를 입고 활동. 참가자들은 “2002월드컵 때의 응원열기가 되살아난 느낌”이라며 흥겨운 표정.

○…대구시청의 ‘마라톤클럽’ 동호회원 16명과 함께 이번 대회에 참가한 김봉표씨(46·‘마라톤클럽’ 총무)는 “이번 대회 참가를 신청한 동료 중 반은 대구참사 수습 때문에 함께 뛰지 못했다”면서 “대구시민과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서울에 왔다”고 소감을 피력. 같은 클럽의 황병홍씨(46)는 “꼭 완주해 대구시민들의 슬픔을 달래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겠다”며 다짐.

○…사고로 양팔을 잃은 김영갑씨(30·경북 구미시)는 2시간43분41초로 풀코스를 완주해 구미마라톤클럽 동료들의 축하를 받았다. 1998년 구미 공단에서 고압 케이블 작업 중 감전 사고로 양팔을 잃은 김씨는 “전에는 3시간 만에 풀코스를 완주하는 게 소원이었는데 이제는 장가가는 게 소원”이라며 “결혼하는 게 100㎞를 뛰는 것보다 어려운 것 같다”며 웃었다. 김씨는 22일 구간 길이 200㎞인 제주울트라마라톤대회에 도전할 예정.

○…‘천안·아산 인라인 스케이트 클럽(CISC)’ 소속 자원봉사자 40명은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재빠르게 이동하며 부상자를 응급치료하고 후송하는 등 대회 운영에서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5㎞마다 4, 5명씩 10개조로 배치된 ‘의료 패트롤’은 참가자들을 호위하고 뭉친 근육을 마사지 해주는 등 ‘이동의료서비스’를 펼쳤다. 최연소 패트롤 김여진양 (10·초등학교 4년)은 40㎞ 지점에서 어른 못지않은 역할을 해내 시민들로부터 인기. 2200여명이 가입한 이 클럽의 대표 심성완씨(33·회사원)는 “동아마라톤 대회와 같은 권위 있는 대회에서 처음으로 의료 패트롤 활동을 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법조인들도 동아마라톤에서 ‘달리는 즐거움’을 만끽. 최영권(崔永權·47) 대전지검 부장검사는 “10㎞를 남겨두고 가장 힘들었지만 결승선에서 기다리는 가족을 생각하며 끝까지 달렸다”고 했다. 최 검사는 대전지검 내에 동호회를 만들 정도의 ‘마니아’로 10번째 완주에 성공. 서울지방변호사회 마라톤동호회 ‘달리는 변호사 모임’ 소속 변호사 6명도 이날 대회에 참가. 2001년 결성된 이 모임(회원 75명)의 간사인 양경석(梁璟錫·50) 변호사는 “마지막에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을 한바퀴 도는 짜릿한 기분은 정말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는 자신의 최고 기록을 15분 단축한 3시간49분으로 결승선을 통과.

○…산업은행 마라톤 동호회 ‘달리는 사람들’ 회원 임의택씨(48·서울 서초구 서초동)는 “뛰는 내내 살아오면서 나를 서운하게 했던 사람들, 내가 용서를 구해야 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다보면 계속 뛸 수 있는 힘이 생긴다”며 한마디.

○…가톨릭 마라톤 동호회 소속 회원 20여명은 지난해 동호회 창립 당시 김수환 추기경이 자필로 쓴 ‘달려라 기쁜 소식을 전하는 사람들’이라는 글씨를 등에 붙이고 출발전 함께 기도하며 각오를 다져 눈길.

○…이 대회 국내 최고령 참가자는 올해 72세인 김월영씨. 동아마라톤 참가만 올해로 3번째라는 김씨는 18년 전 위암 선고를 받고 건강을 되찾기 위해 마라톤을 시작해 열심히 운동한 결과 현재는 지병이 말끔히 치유된 상태라고 말했다.특별취재반

▼특별취재반▼

▽스포츠레저부=최화경부장 김화성 권순일차장 장환수 안영식 김상호 이원홍 김상수

전 창 김종석 양종구기자

▽사회1부=이 훈 황진영 조인직 김성규 손효림 강지남 김동욱 김재영 유재동 이남희

장강명 전지원 정재윤 정양환 조경복기자

▽사회2부=이광표 이재명 채지영기자

▽문화부=유윤종 이승재기자

▽사진부=김동철부장 석동률 서영수 김경제 박경모차장 이종승 안철민

이훈구 강병기 변영욱 전영한 박영대 권주훈 박주일 김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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