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다시 경제를 걱정한다

  • 입력 2002년 12월 31일 17시 00분


새 정부가 출범하는 올해의 경제전망은 밝지 않다. 기업은 투자를 머뭇거리고 금융권은 다시 부실채권으로 긴장하고 있으며 소비는 극도로 위축되어 있다. 연말 주가의 대폭락과 시중경기의 급격한 냉각은 심상치 않은 올해 경제를 예고한다.

곳곳에 산적한 악재들은 새해 우리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북한 핵문제와 미-이라크전쟁 예고, 그리고 국내 소비위축과 미국 내 한국상품 배격 움직임 등 어느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5년 전 국가부도의 위기에 처했던 상황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경고가 나라 안팎에서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좀처럼 헤어날 수 없는 디플레이션의 망령이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최근의 경제불안은 물론 외적 요인의 탓이 크다. 북한 핵문제로 인한 안보불안과 이에 따른 외국자본의 이탈 우려에다 미-이라크 전쟁 발발 가능성의 영향으로 유가가 급등하는 것 등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국내 경제여건도 악화되고 있다. 돌이켜보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과다한 가계부채와 급격한 내수위축은 현 정권의 널뛰기식 경제정책이 빚은 부작용이다. 단기간 내에 해결할 수 없는 과제인 데다 상황은 날로 악화되고 있어 걱정이 커진다.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는 경제상황을 개선시키는 일이어야 한다.

경제불안은 기본적으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신뢰의 상실에서 기인한다. 마침 경제5단체장과의 면담에서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간섭이나 규제를 줄이겠다”고 말한 것은 긍정적이다. 노 당선자는 기업이 안심할 수 있도록 정책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아울러 외국인 투자자들을 안정시키는 일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이를 위해 노 당선자는 조속히 국내 외국인 기업 및 투자자와 만나 새 정부 경제정책의 기조를 설명하고 그들을 설득함으로써 자금의 국외유출을 막아야 한다. 아울러 정권 인수팀을 주축으로 세계 금융시장에서 현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로드쇼(투자설명회)’를 열어 그들을 안심시킬 필요가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새 정부가 해야할 일은 분명하다. 국민이 의심쩍게 보는 것부터 명확히 해 예측 가능한 상황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의욕이 앞선 나머지 새 정부가 충격적인 조치와 시장기능을 왜곡시키는 개입과 간섭에 나선다면 사태는 악화될 뿐이다. 어려울수록 시장경제의 원칙을 지켜가는 길만이 경제를 살리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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