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김창복/미륵사지 西塔복원 ‘석공의 魂’ 담길

  • 입력 2002년 12월 26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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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 미륵사지에는 특이한 석탑 2개를 만날 수 있다. 동서(東西) 석탑이 그것이다. 그런데 두 탑을 바라보는 느낌은 판이하다.

서탑은 일제강점기에 붕괴를 막기 위해 시멘트로 보강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포근하고 아늑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옛 문헌에 동쪽에도 탑이 있었다는 얘기가 나온다는 이유로 1992년에 새롭게 복원된 동탑은 섬뜩하고 삭막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문화재청에서 동탑을 만들 때 돌을 기계로 절단 가공함으로써 복원의 의미를 퇴색시켰기 때문이다.

미륵사지탑은 석탑이지만 목탑의 형식을 도입한 보기 드문 탑이다. 우리나라 석탑 양식의 변천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유물이기도 하다. 그런데 기존의 서탑과 급조된 동탑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한 쌍’이 되고 말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문화재청이 7년 예정으로 서탑의 복원작업을 벌인다는 소식을 들으니 걱정이 앞선다. 문화재청은 서탑의 시멘트 보강 부분을 떼어내고 완전 해체한 뒤 복원하겠다고 한다. 석탑은 석공의 손으로 쪼아내고 다듬는 등 혼이 깃든 정교함을 필요로 한다. 만일 동탑의 경우처럼 서탑도 기계를 이용해 성의 없이 끼워 맞춘다면 서탑의 문화재적 가치마저 훼손되고 말 것이다. 서탑만큼은 동탑과 같은 잘못을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김창복 인천 서구 마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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