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고가 노화방지 화장품 '잘못쓰면 독'

  • 입력 2002년 12월 8일 17시 39분


한 여성이 기능성 화장품을 구입하기 위해 샘플을 얼굴 부위에 바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한 여성이 기능성 화장품을 구입하기 위해 샘플을 얼굴 부위에 바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최근 20만∼40만원 하는 고가의 피부 노화방지 기능성 화장품에 대한 주부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태평양이 만드는 설화수 화장품 중에는 한 개 20만∼30만원 하는 크림이 있으며 토너 로션 등을 세트로 사면 1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외국 화장품회사인 시슬리가 내년 초 내놓을 노화방지 기능성 화장품 ‘시슬리아 엘릭시어’의 가격은 40만원대. 이 같은 ‘고기능성 화장품’들은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다양한 천연 식물성분을 첨가한 제품이다. 삼육간호보건대 피부미용과 홍란희 교수는 “2001년도 기능성 화장품 판매액은 전체 화장품 국내 판매액의 7.94%를 차지했다”며 “올해 기능성 화장품의 매출액은 지난해에 비해 40% 이상 늘어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노화방지 기능성 화장품의 성분〓노화방지 기능성 화장품의 대표적인 성분은 레티놀(비타민A), 비타민C, 알파 히드록시산(AHA) 등.

레티놀은 피부 탄력과 관련 있는 피부 속 조직인 ‘콜라겐’과 ‘엘라스틴’의 회복을 촉진시켜 피부에 탄력을 주고 주름을 없앤다. 비타민C는 보습효과 및 콜라겐의 재생을 촉진시키며 AHA는 피부 속 엘라스틴의 기능을 향상시키고 콜라겐을 증가시켜 주름을 줄여준다.

이 밖에도 콩 단백질이나 효모 추출물도 노화방지 기능성 화장품에 쓰이며 이들 성분은 엘라스틴을 강화시킨다.

제품의 이미지를 높이고 고객에게 심리적인 만족감을 더하기 위해 기존 성분에 자수정, 옥, 말라카이트 등의 보석류나 허브 성분의 일종인 라벤더, 카모마일, 재스민향 등 향기를 추가한 화장품도 나와 있다.

초이스 피부과의 최광호 원장은 “노화방지 기능성 화장품은 제대로 보관하지 않으면 성분이 잘 파괴된다”며 “햇빛이 직접 닿지 않는 15도 이하의 서늘한 곳에 보관하고 유효기간 내에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능성 화장품의 부작용〓레티놀 성분의 화장품은 사람에 따라 피부가 건조해지거나 붉어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가여움증이나 각질이 생기기도 한다.

평소 얼굴이 쉽게 붉어지거나 거미줄과 같은 실핏줄이 보이는 사람은 되도록 사용을 피하는 것이 좋다.

2000년 1월부터 2002년 10월 말까지 한 화장품 회사가 전화로 화장품 부작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레티놀 성분이 포함된 에센스, 토너, 레티놀 크림 순으로 부작용이 많이 생겼다.

자외선 차단제도 사람에 따라 여드름이 생기거나 땀띠가 나기도 한다. AHA 화장품으로 인해 피부가 따끔거리고 햇빛에 자극을 받아 피부가 민감해지는 사람도 있다.

종로 S&U피부과 여운철 원장은 “기능성 화장품 사용 후 심하게 가렵거나 얼굴이 붓고 따가운 것 때문에 얼굴에 화장품을 바를 수 없는 문제를 호소하거나, 여드름이 새로 생기거나 악화돼 병원을 찾는 환자도 있다”고 말했다.

클린 피부과 이미경 원장은 “40대가 사용하는 주름 예방 화장품을 20대가 사용하면 오히려 피부가 건조해지거나 탄력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20대는 고기능성 화장품보다는 순한 기초 화장품이 도움이 되고 잔주름이 많은 경우가 아니라면 자외선을 조심하면서 수분 크림만 잘 발라도 주름이 예방된다”고 말했다.

▽선택은 어떻게〓노화방지 기능성 화장품은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거친 것이 임상시험을 하지 않은 것보다 일반적으로 안전하다. 라벨에 임상시험 실시 여부를 표시하지 않으므로 제조회사에 관련 자료를 요구해 확인하는 것이 좋다.

여드름이 많이 나는 사람은 자외선 차단제를 선택할 때 유분(기름)이 적은 제품을 고른다. 건조한 피부는 레티놀 사용시 더욱 건조해지거나 피부가 예민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피부가 예민한 사람은 AHA화장품을 사용할 때 의사의 처방을 받는 것이 좋다.

화장품 전문가는 “화장품 판매가에는 대개 홍보 마케팅 비용이나 화장품 용기의 가격이 포함돼 반드시 품질과 가격이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며 “자신에게 적합한 화장품을 찾으려면 샘플을 팔에 발라 피부에 대한 자극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테미피부과 임이석 원장은 “자신의 피부 상태에 맞는 화장품을 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기능성 화장품의 효능에 대한 기대보다는 외출 후 피부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데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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