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여당 지원' 누구 작품인가

  • 입력 2002년 12월 5일 18시 29분


자연스러운 민심의 흐름을 억지로 틀어보려고 하는 선거철 망령이 하나둘 되살아나면서 대선판에 불길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관권개입이나 선심행정 망령까지 대선판에 어른거리고 있어 시대를 거스르는 후진적 작태가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최근 김대중 대통령의 치적을 홍보하는 책자를 시중에 배포하려 했던 것은 ‘연례행사’라고 하더라도 시기적으로 극히 부적절한 처사였다. 일반상식만 있어도 민감한 시기는 피하는 게 마땅했기에 하는 말이다. 만약 재경부가 선거철 파급효과까지 알고도 책자를 배포하려 했다면, 그것은 명백히 정부의 중립성을 해치는 일이 된다.

배포중단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일련의 선심성 경제정책 발표와도 관계가 있다. 민주당이 발표한 개인워크아웃 신청자격 대폭완화 방안이 대표적인 사례다. 민주당이 재경부와 합의했다고 밝히자 재경부는 즉각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그동안 정부 내에서도 이 같은 방안이 논의돼 온 정황으로 볼 때 서로 짜고 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농협이 신용불량자로 몰릴 위기에 처한 농업인에게 회생기회를 주기 위해 내년 3월까지 특별지원조치를 시행키로 한 것에 대해서도 왜 하필 지금이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적 동기가 개입됐을 가능성 때문이다.

이러니 청와대가 아무리 선거공정관리와 김 대통령의 ‘명경지수(明鏡止水)’를 강조해봤자 믿음을 사기 어렵다. 선심성 경제정책과 관련해서는 일차적으로 경제사령탑인 전윤철 경제부총리에게 눈길이 쏠리고 있다.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그의 경력 때문인지 아니면 그가 사려 깊게 생각하지 못해서 일어난 일인지는 모르지만 어느 쪽이라도 문제다.

관권개입이나 선심행정은 그 효과가 즉각적이라는 점에서 치명적 독성을 내포한 극약처방이나 다름없다.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최종적으로 대통령에게 있다. 청와대는 부인만 하지 말고 단속을 더 엄격히 해야 한다. 선거철 망령은 훗날 국민적 재앙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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