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 제대로 보기]<18>지분투자 너무 많으면 위험

  • 입력 2002년 12월 3일 17시 45분


종근당은 지난달 29일 “최대주주인 L씨가 한국하이네트 보유 지분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넘김에 따라 이 회사가 계열사에서 제외됐다”고 공시했다.

그런데 ‘처분 금액’이 나타나지 않아 L씨가 투자자금을 성공적으로 회수한 것인지, 눈물을 머금고 철수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종근당이 이 금액을 숨긴 것은 지분 매각 당사자인, 종근당과 관련 있는 한 자연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최대주주 개인이 아니라 공시를 낸 상장법인 자신이 자회사 지분을 매각한 때는 처분 금액과 주식 수가 공개된다. 처분 금액을 분기보고서에 나오는 취득원가와 비교하면 지분투자가 성공적이었는지 여부를 알 수 있다.

요즘 자주 공시되는 ‘계열회사 제외’의 대상은 대개 정보기술(IT) 및 인터넷 업체들이다. 이 공시는 IT버블을 정리하는 군살빼기 움직임으로 보면 된다.

같은 날 이스텔시스템즈는 KTF 주식 15만주를 50억원 남짓에 팔았다고 공시했다. 이스텔의 분기보고서를 보면 이 물량은 34억7900만원에 사들였던 45만주 중 일부다. 보유지분의 3분의 1만 처분하고도 투자원금 외에 15억원가량의 차익을 남긴 것.

금액이 아주 크지 않다면 투자유가증권 처분 공시는 결과에 무관하게 주가를 크게 움직이지는 못한다. 다만 해당 기업의 펀더멘털과 관련, 많은 시사점을 준다.

투자유가증권은 재테크 측면에서는 ‘투자된 돈’이지만 자금흐름 측면에서는 ‘묶인 돈’이다. 따라서 자금사정이 넉넉지 않은데도 지분투자를 많이 하면 위험하다. 한때 ‘코스닥의 대부’로 불리던 메디슨도 과도한 지분투자에 발목이 잡혀 부도를 냈다.

본업과 무관한 업종에 대한 ‘묻지마 투자’는 십중팔구 실패로 끝났다. 현금화가 어려운 장외업체 주식에 대한 투자는 더더욱 위험하다.

투자유가증권 규모는 분기보고서>재무제표>고정자산 항목에서, 자세한 내용은 부속명세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1.계열회사의 제외(종근당 11월 29일자)

①대상 계열회사

-회사명: 한국하이네트

-주요사업: 소프트웨어 개발, 컴퓨터 판매업 등

②처분 금액:-

-처분 주식 수:-

-처분 후 출자비율:0.6%

③처분 사유:당사 최대주주인 ○○○ 외

5인이 최대주주로 있는 한국하이네트

지분을 매각함에 따라 계열회사에서 제외

2.다른 법인 출자 지분 처분(이스텔시스템즈 11월 29일자)

④대상 회사

-회사명:케이티프리텔

-회사와의 관계:관계없음

⑤처분 내용

-처분 금액:5,025,000,000원

-처분 주식 수:150,000주

-처분 후 소유주식 수: 300,000주 (0.16%)

⑥처분 목적: 차입금 상환 및 운영자금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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