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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28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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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6시 대전 동구 정동 대전역 뒷골목의 ‘희망 진료소’. 노숙자 박모씨(65)는 3번이나 혈압을 쟀다. 그동안 고생했던 고혈압이 믿지못할만큼 호전되었기 때문이었다. 박씨는 “젊은이들이 정성스럽게 약을 지어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박씨가 말하는 ‘젊은이’들은 을지의대 의대 및 간호학과생 50명으로 구성된 봉사동아리 ‘나누리’. 이들은 1998년 10월부터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두 차례에 걸쳐 하루 3시간씩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의료봉사 활동을 펴고 있다.
이들은 하루 3000원의 ‘일세’를 내고 ‘쪽방’에 사는 노인과 거주자들을 치료하며 ‘예비 슈바이처’의 꿈을 키우고 있다. 환자의 대부분은 하루벌어 하루먹고 사는 막노동자들.
그러다 보니 대부분 의료 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아 약이 떨어지면 통증을 그대로 감수하거나 질병을 키워야 할 형편. 이 때문에 나누리 회원들은 명절이라도 봉사 활동은 절대 거르지 않는다.
나누리 회장 이혜련(李惠蓮·25·본과 2학년)씨는 “가끔은 환자들의 거친 말투와 행동 때문에 껄끄럽기도 하지만 몸이 호전됐다고 손을 꼬옥 잡아줄 때 가슴 뭉클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진료를 맡은 윤승백(尹勝伯) 대전지방병무청 징병전담의는 “관절염과 피부병 등을 가장 많이 호소하는데노동 및 거주 환경 등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