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호원/車 ´애국심 마케팅´

  • 입력 2002년 10월 17일 18시 23분


17일 드디어 GM대우자동차가 출범했다. 소비자들은 새로운 GM대우차가 내놓을 모델이 벌써부터 궁금하다.

반면 현대·기아차, 쌍용차, 르노삼성차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올 4월 제너럴모터스(GM)와 대우차가 본계약을 체결한 직후 기아차는 국내 자동차 전문가를 초빙, 전 직원을 대상으로 ‘기아차의 향후 대처방향’이라는 강연회를 열었다. 현대차는 최근 GM대우차의 파급효과를 조사해 최고 임원진에게 내부 보고서로 배포했다. 쌍용차는 현재 회사 경영상황과 향후 추진방향에 대해 자동차 전문가들의 컨설팅을 받고 있다.

GM대우차의 출범에 대한 이들 기업의 대응전략 중 공통점은 언론을 통해 ‘애국심에 호소’하는 것이다. GM대우차 출범을 ‘외국회사의 국내 공략’이라고 규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논리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없지 않다. 최고경영진을 제외하면 모든 종업원이 한국인이다. 벌어들이는 이익도 우선주 상환 등을 고려해 1조6800여억원을 국내에 보유할 계획이라고 한다. 1996년 대우차의 순이익이 518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결코 작지 않은 규모다. 르노삼성의 SM5를 외국차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사실 ‘국적 논란’은 소비자들에게 별 혜택이 없다. 자동차 회사들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는데도 아무 도움이 안 된다. GM대우차의 시장진출이 국적논란보다는 품질경쟁의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최근 국내 자동차회사들은 미국에서 좋은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다. 미국 내 각종 자동차 소비자 조사기관에서도 우수 차량으로 국산자동차를 꼽고 있다. 하지만 미국 비영리 소비자조사단체 ‘컨슈머 리포트’에 따르면 국산차의 품질은 아직 낮은 수준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지금까지 국산차를 열심히 사줬다. 르노삼성차가 출범하고 GM대우차까지 가세하면서 어디까지가 국산인지 모호해졌다.

이제 국내 자동차회사들은 소비자를 위해서나, 스스로의 장기적 생존을 위해서나 애국 구호가 아니라 품질과 가격으로 호소할 때다.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최호원기자 경제부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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