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뭐! 파리가 살인범 잡았다고?"

  • 입력 2002년 10월 11일 18시 04분


□파리가 잡은 범인 / M 리 고프 지음 / 255쪽 9800원 해바라기

실종 11년 만에 유골로 발견된 대구의 다섯 어린이. 과연 그들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개구리 소년’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토양학, 방사선 및 유전자 검사 등 각종 과학수사 기법이 총동원되고 있다.

살인사건이 벌어지면 법의학과 관련된 화제가 늘 따라다닌다. 그러나 일반인에게는 여전히 단어 하나하나가 생소하다. 이 책은 법의학의 필수 분야 중 하나인 ‘법곤충학’ 관련서로서는 한국에서 처음 소개되는 책이다. 법곤충학은 시신의 사망 시간을 추정하는 데 필수적인 분야. 시신 부패 과정에서 달려드는 곤충의 종류가 시간대와 계절에 따라 다르므로 이를 분석해 범죄 시점과 당시의 정황을 유추할 수 있다.

저자는 하와이대 곤충학 교수로 재직중인 세계적인 법 곤충학자. 미 연방수사국(FBI) 아카데미 초청으로 강연과 실험을 해왔고 20년 가까이 살인사건을 담당하며 명성을 쌓았다.

전문용어가 자주 나오지만 실제 있었던 살인사건에 대한 저자의 경험을 예로 들어 풀어나갔기 때문에 남다른 재미를 준다.

저자는 84년 호놀룰루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서 ‘유일한 목격자’ 파리를 증거물로 내세우면서 부패된 사람의 유해를 조사하는데 간여한다. 시신에 알을 낳은 ‘크리솜야 루피파시’라는 금파리종의 유충 상태로 피해자의 사망시간을 추정한 것.

이를 계기로 고프 교수는 법곤충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96년 미국법곤충학회를 창립한다. 개구리 소년사건과 유사한 어린이실종사건도 등장한다.

역자의 표현처럼 ‘마치 실험장면을 비디오로 찍어 놓은 듯’ 자세한 묘사도 현장감을 높여준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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