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사적 제257호로 지정되어 있는 운현궁에 다녀왔다. 마침 여성 서화대회가 개최되고 있었다. 운현궁이 서화에 특출했던 흥선대원군의 사저(私邸)임을 감안해 개최된 행사라 하니 더욱 뜻깊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사랑채에 해당하는 노안당에 이르러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올라서지 말라는 안내문을 비웃기라도 하듯 서화대회의 심사위원들이 노안당에 들어 다과회를 즐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벗어놓은 신발들을 먼저 발견하고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내부를 자세히 보고자 오른 것이라고 생각했던 터라 충격은 더욱 컸다. 바로 관리자를 찾아 유적 훼손은 물론 다른 관람객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는 심각한 문제이니 조치를 취해 달라고 건의했다. 하지만 부당함을 인정하면서도 “일년에 한두 번 있는 행사이니 이해해달라”는 답변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