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AG/유도]“금빛 업어치기 보라”…유도 66㎏급 김형주

  • 입력 2002년 9월 11일 22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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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주(오른쪽)가 동료를 상대로 밭다리 후리기 훈련을 하고 있다.안철민기자 acm08@donga.com
김형주(오른쪽)가 동료를 상대로 밭다리 후리기 훈련을 하고 있다.안철민기자 acm08@donga.com
태극마크를 달고 태릉선수촌에 입촌해 본 적이 있는 선수라면 ‘땀’의 의미를 절감할 것이다. ‘오늘 흘린 땀방울이 내일의 영광을 보장한다’는 것을.

부산아시아경기대회 남자 유도 66㎏급 우승후보 김형주(27·한국마사회)는 누구보다도 눈물과 땀의 의미를 잘 알고 있는 선수다.

김형주는 일찍부터 재능을 꽃피운 동료 국가대표 선수들에 비한다면 늦깎이다. 유도 명문 전북체고와 용인대를 졸업할 때까지 그가 주연이었던 적은 별로 없었다.

대학졸업 뒤 얻은 첫 직장도 남양주시청팀. 시드니올림픽을 앞두고 2000년 6월 열린 국가대표 최종선발전 준결승에서는 한지환에게 패한 뒤 올림픽출전의 꿈이 좌절되자 아예 현역선수 생활을 접어 버렸다. 더 이상 유도가 그의 인생을 구원해줄 희망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가 밀려오자 그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것.

하지만 김형주는 6개월 만에 다시 현역에 복귀했다. 그를 좌절에서 구원해준 것은 후배들의 맑은 눈이었다. 도복을 벗은 뒤 모교인 전북체고에서 코치로 후배들과 함게 땀을 흘리며 ‘희망이 전부인 이들처럼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았다.

좌절의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보약이 됐다. 2001년 1월 마사회에 입단하며 현역에 복귀한 김형주는 타고난 성실성으로 훈련에 매진, 2001독일오픈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며 흘린 땀을 보상받았다. 이어 김형주는 2001뮌헨세계선수권 동메달로 가능성을 인정받은 뒤 올 초 헝가리오픈에서 또다시 정상을 정복하며 가능성을 확신으로 만들어갔다.

김형주의 주특기는 업어치기. 훈련이 끝난 야간에 혼자 체육관 불을 밝힌 채 로프에 매인 고무 튜브를 수천번씩 당기며 익힌 기술이다. 이 때문에 김형주의 업어치기는 경량급답지 않게 힘이 실렸고 지난달 열린 국가대표 최종선발전에서 라이벌 정부경(준결승)과 이원희(결승)를 모두 업어치기 한판으로 굴복시켰다.

김형주의 꿈은 올림픽 금메달. 최근 전국을 휩쓴 아폴로눈병으로 선수촌을 잠시 떠났던 김형주는 눈병치료를 마치고 6일 재입촌한뒤 올림픽 우승의 전초전격인 아시아대회 금메달을 목표로 다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다행히 이 체급의 강자로 군림했던 일본의 나카무라가 은퇴한뒤 신인인 오미가와가 일본대표로 출전, 우승 가능성은 어느때보다 높다. 오미가와는 이미 올 독일오픈에서 한판으로 꺾은 적이 있기 때문.마사회 시절부터 김형주를 지도하고 있는 윤용발 대표팀 코치는 “아마 태릉선수촌 내에서 가장 땀을 많이 흘리는 선수를 꼽으라면 형주를 빼놓을 수 없다. 그만큼 노력했고 상대선수에 대해서도 철저히 연구했다”며 우승을 보증했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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