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株主제일주의 현장을 가다]⑩대구은행

  • 입력 2002년 9월 9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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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가 고객이 돼 열심히 상품을 사고 회사는 배당과 봉사로 고객인 주주에게 갚는다. 회사 고객 주주가 한 팀인 셈이어서 이익과 서비스 수준은 꾸준히 높아진다. 대구은행의 모습이다.

대구은행은 외환위기 때 공적자금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다. 올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를 넘고 상반기 순이익만 900억원을 웃돈다. 외국인 지분은 2%에서 20%로 증가했다. 소액주주에게 서비스와 신뢰를 준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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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밀착경영, 고객이 주주〓대구에서는 대구은행을 ‘우리’은행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밀착돼 있다는 얘기.

대구 경북지역 상주인구의 60%인 320만명이 대구은행과 거래한다. 대구은행 주식의 60%도 대구 경북지역 사람들이 갖고 있다. 주주이자 고객인 그들은 웬만해서 거래처를 옮기지 않는다. ‘우리’은행이라는 말이 자연스럽다.

이 은행의 좋은 실적은 지역밀착경영의 결과다.

6월 월드컵 때 직원들은 거리응원이 끝나면 청소를 하러 나섰다. 최근 수재를 겪은 곳도 마찬가지. 대구은행 봉사단이 곳곳에서 수해 복구에 애를 쓰고 있다.

주민들은 대구은행 통장이 없으면 불편하다고 느낀다. 공과금 등록금 납부에서부터 지방자치단체의 노인생계비 지원까지 이 은행의 계좌를 통해 이뤄진다. 이 돈은 이자율이 낮은 요구불예금과 기업자유예금으로 예치되기 때문에 대구은행의 이익을 높여준다. 덕분에 대구은행은 싼값에 조달하는 자금(저원가성 예금)의 비율이 국내 은행 중 1위다.

▽소액주주 중시〓대구은행 주식을 1% 이상 갖고 있으면 대주주로 꼽힌다. 기관의 주식보유율은 고작 17.7%로 소액주주 비중이 절대적이다.

대구은행은 소액주주의 권리행사를 위해 서면결의제와 집중투표제를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덕분에 소액주주는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고 서면으로도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 이사 선임 때도 소액주주는 보유 주식 수에 비해 큰 영향력을 갖는다.

대구은행은 올해 증권거래소로부터 ‘기업지배구조 모범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대구은행은 주주에게 보답하기 위해 주당 250원의 배당을 준비하고 있다. 시가 대비 4.4% 수준이다.

김극년 행장은 “주주들이 배당으로만 은행이자 보다 높은 이익을 얻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김극년 대구은행장 한마디 “배당-투명경영으로 고객에 보답”▼

김극년 대구은행장(62)은 별난 기록이 많다. 우선 국내에서 첫 노조위원장 출신 은행장이다. 행원으로 출발해 은행장에 올랐다.

대구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기도 하다. 고객밀착 경영을 위해서다. 대구 경북지역의 큰 행사에는 거의 참석한다. 9일에는 김천의 수재 현장도 다녀왔다. 만나는 사람이 모두 고객이고 주주라고 생각한다.

김 행장은 “올 초 미국과 일본의 지역은행을 둘러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M&I은행, 시즈오카은행 등의 지역시장 점유율이 60%에 달했다”고 말했다. 40%의 대구시장 점유율을 자랑스럽게 여기던 그로서는 당연한 충격이었다.

대구은행은 올 초 지역봉사상을 만들어 지역봉사를 많이 한 직원에게 상을 준다. 승진에도 도움이 된다.

김 행장은 “지역 주주 덕분에 공적자금을 받지 않고 살아났다”며 “주주들에게 보답할 때”라고 말했다. 보답은 배당, 투명한 경영, 편리한 서비스 등이다.

그는 “지역은행의 살길은 작지만 강한 은행”이라며 “지역시장 점유율을 60%까지 올려 한국 지역은행의 모델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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