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소비자 속이는 홈쇼핑방송

  • 입력 2002년 8월 28일 18시 41분


케이블TV의 5개 홈쇼핑방송 모두가 시중가보다 싸게 파는 것처럼 소비자를 속여 장사를 해왔다니 어이가 없다. “백화점보다 얼마가 더 싸다” “몇 개 남지도 않았다”며 소비심리를 부추겨 시청자의 충동구매를 유도하는 것이 홈쇼핑 채널의 전형적 판매기법이었다. 그런데 실제 매장가격은 홈쇼핑방송이 주장하는 것처럼 비싸지 않았고 심지어 시중에서는 취급되지도 않는 제품과 거짓으로 가격을 비교한 경우까지 있어 방송위원회가 중징계를 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기적 상술은 단순히 시청자를 우롱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홈쇼핑방송은 재래시장이 아닌, CJ39 LG 현대 등 재벌기업이 운영하는 대규모 유통산업이다. 소비자들이 모기업에 대한 신뢰성 때문에 홈쇼핑을 선택한다는 조사도 있었다. 특히 방송의 공익성에 대한 시청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매년 100%이상의 경이적인 매출 증가세를 기록, ‘신(新) 유통혁명’을 이끈 성장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했다.

이 같은 홈쇼핑방송이 안방에서는 시중가격을 확인하지 못하는 소비자의 상황과 화려한 영상의 이점을 악용해 부당한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한 것은 ‘홈쇼핑은 저렴하다’는 소비자의 온라인 마인드뿐만 아니라 TV의 공익성, 기업의 도덕성을 송두리째 저버린 것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홈쇼핑방송의 잘못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파문을 빚었던 독성물질이 들어간 중국산 다이어트 식품을 판 것도 홈쇼핑 채널이었다. 속옷을 취급하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반라의 여성모델을 동원해 ‘나체쇼’를 펼치는 등 심신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

홈쇼핑 채널이 공익성을 추구하는 방송이념의 예외지대일 수 없으며 상도의를 외면하는 일은 더구나 있어서는 안 된다. 도덕적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는 이즈음이다. 방송위의 명령에 따라 시정과 일회성 사과로 끝나서는 충분하지 않다. 다시는 이 같은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홈쇼핑방송에 대한 엄중한 감독과 자기단속이 요구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