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2년 8월 25일 18시 31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이 의원은 “김길부(金吉夫) 전 병무청장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의 아들 병역비리 은폐 대책회의가 있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고 변호사를 접견한 뒤 진술을 바꿨다는 말을 3월 들었다”고 말했다.
김대업(金大業)씨의 주장은 이 의원의 발언 내용과 같다. 그는 1월 직접 김 전 청장에게서 ‘대책회의가 있었다’는 진술을 들었고 김 전 청장이 한나라당측 변호사를 만난 뒤 진술을 바꿨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전 청장은 “김대업씨가 대책회의가 있었느냐고 물어 ‘그런 게 어디 있느냐’고 말한 것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김 전 청장을 조사했던 당시 서울지검 특수1부 노명선(盧明善) 부부장 검사의 주장도 김대업씨의 주장과는 상반된다. 노 검사는 “‘김 전 청장이 대책회의를 시인하는 진술을 했다’고 노 검사에게 보고했다”는 김대업씨의 주장에 대해 “보고 받은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박영관(朴榮琯) 서울지검 특수1부장도 “대책회의나 변호사 접견 관련 진술을 보고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 전 청장과 박 부장, 노 검사가 모두 김대업씨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대업씨는 5월 한 인터넷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김 전 청장에게서 들었다고 주장한 뒤 지금까지 같은 주장을 계속하고 있지만 그의 말을 뒷받침할 증인이나 물증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김 전 청장을 조사해보면 어느 쪽이 거짓말을 하는지 추정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김 전 청장이 “대책회의를 시인하는 진술을 한 게 사실”이라고 말을 바꾸면 김대업씨의 주장이 신빙성을 얻게 되고 박 부장과 노 검사가 사실과 다르게 말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게 되면 검찰 수사 정보를 알 수 있는 누군가가 이 의원에게 병풍 유도 청탁을 했다고 볼 여지가 많아진다.
그러나 김 전 청장이 “김대업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계속 주장하고 대책회의 유무를 가릴 다른 사람의 진술이나 물증이 나타나지 않으면 수사 유도 청탁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김대업씨가 대책회의 관련 주장을 조작했을 가능성이 제기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의원이 청탁한 사람을 공개하지 않으면 이 의원은 ‘병역면제 의혹 수사를 정당화하기 위해 김대업씨의 주장을 각색해 수사 유도 청탁 발언을 했다’는 의혹에 휘말리게 될 수 있다. 이 의원 등 여권과 김대업씨의 관계에 대한 의혹도 제기될 수 있다.
![]() |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