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 "재보선 끝나면…" JP-박근혜와 잇단 회동

  • 입력 2002년 7월 25일 18시 46분


8·8 재·보선 이후의 정치권 ‘새 판짜기’를 겨냥한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의원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그는 8월1일로 예정된 러시아와 몽골 방문 계획을 “정국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이유로 최근 취소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고리로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 한국미래연합 박근혜(朴槿惠) 대표와 함께 신당을 창당할 것이며 이미 구체적인 창당 밑그림까지 마련됐다는 얘기가 설득력있게 나오고 있다. 실제 이 의원과 JP측은 이미 자민련을 해체한 뒤 자민련 소속 의원들과 민주당내의 수도권 및 충청 강원권 의원 20여명 등 30여명의 현역 의원들을 규합해 창당 준비위를 구성한다는 시나리오에 물밑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9월15일까지 창당을 모두 마무리하고 10월 초순경 대선후보를 선출한다는 구체적인 수순까지도 조심스레 언급되고 있다.

이 의원은 신당의 외연 확대를 위해 ‘제3후보군’과의 연대를 위한 정지작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 박 대표와는 5월28일 첫 단독 회동을 가진 데 이어 6월말 서울 강남구청 앞 한 음식점에서 비밀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은 “신당의 대선후보는 여론조사 등에서 앞서는 분이 하는 게 좋겠다”는 뜻을 전했고, 박 대표도 공감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최근 정몽준(鄭夢準) 의원에게도 회동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 의원이 이달 말경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회동 성사 시점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아무튼 이 의원의 기본 구상은 ‘이번 대선에서는 일단 마음을 비우고 중부권 맹주로서의 지역 기반을 확실히 다져놓은 뒤 장기적으로 대권 구상을 펼치겠다’는 계산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그의 이런 청사진이 도상연습에 그칠지, 구체적으로 가시화할지에 대해서는 그를 지지하는 의원그룹내에서도 다소 견해의 편차가 나타나고 있다.

이윤수(李允洙) 의원은 “40명, 많게는 60명 정도의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할 것이다. 경기도만 해도 9명은 된다. 새로운 이미지를 가진 정당이 나와야 한다”며 적극적 반응을 보였다. 장성원(張誠源) 의원도 “(제3후보군이) 호양(互讓)정신을 발휘하면 가능한 그림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의원을 지지했던 한 중진의원은 “이 의원이 너무 조급하다”며 “혹 이 의원이 신당 창당에 나서더라도 따라가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고, 한 충청권 의원도 “그러면 이 의원은 죽는데…”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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