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울, 한국전 출전 못할수도”

  • 입력 2002년 6월 20일 18시 31분


“한국은 꿈이 크고 의욕이 강한 팀이다. 상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8강 상대인 스페인의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 감독(사진)은 20일 울산 서부구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최근 상승세를 의식한 듯 8강전에 대해 신중한 예상을 밝혔다. 그는 “대회 전까지만 해도 한국과 경기를 가지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면서 “대회 시작후 한국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와 맞설 수 있다고 생각해 다른 팀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에 대해서도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라울의 출전 여부와 관련, “라울이 원하더라도 팀닥터가 100% 준비가 됐다는 판단을 내리지 않으면 출전시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라울이 빠질 경우 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또 그 경우에 대한 대비책은 있는가.

“라울은 분명 팀 전력에 큰 도움이 되는 선수다. 하지만 이번 한 경기로 끝나는게 아닌만큼 무리해서 출전시킬 생각은 없다. 그리고 우리 팀에는 라울 못지않은 세계적 선수들이 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스페인 선수들과 카마초 감독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점이 부담스럽지 않나.

“상대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은 분명 큰 도움이 되겠지만 우리에게 불리할 것 까지는 없다.잘 알고있다는 것이 실제 경기의 승리로 이어진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한국은 유럽의 팀들과는 달리 3명의 수비수를 기용한다. 여기에 맞춰서 포메이션에 변화를 줄 생각인가.

“경기 초반부터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이지만 경기 진행 상황에 따라 바꿀 수는 있다. 히딩크 감독 역시 이탈리아전에서 뒤지고 있을 때 위험 부담을 안고 큰 변화를 시도해 성공했지 않은가.”

-한국 선수들의 체력은 가공할만하다. 약물 등의 힘을 빌리지 않고 경기 끝까지 체력을 유지하는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한국은 오랫동안 월드컵을 준비해왔다. 각 리그에서 수많은 경기를 치른 이탈리아나 스페인 선수들과는 달리 체력을 소진시키지 않았으므로 그런 체력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리고 한국팀은 역대 대회에서도 항상 체력으로 승부를 걸어온 만큼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번 한국전에 심판이 한국에 유리한 판정을 할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가.

“절대 그렇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심판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윤리 강령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할 것이며 4강을 두고 벌이는 중요한 경기인 만큼 올바른 판정을 내릴 것이다.”

-우승후보들이 줄줄이 탈락했는데 스페인도 그 대열에 들지 모른다는 우려는 없나.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각 팀은 자기 스타일대로 경기를 할 뿐이다. 운이 승부를 좌우하는 경우도 많은데 행운이 왔을 때 잡는 팀이 이기는게 축구다.”

이날 카마초 감독에 이어 기자회견을 한 미드필더 루이스 엔리케는 “한국팀은 스피드만 좋은게 아니라 굉장히 공격적이고 체력이 강한 팀이다”고 말하고 “특히 경기 초반 10분과 마지막 10분의 체력이 똑같은게 신기할 정도며 육체적으로는 스페인팀에 앞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프랑스와의 친선경기 때 혼신의 힘을 다해 멋있는 경기를 펼치는 것을 보고 그때부터 한국팀을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엔리케는 또 낮 경기에 대한 부담을 묻자 “94년 미국 대회 때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더웠는데 이번도 역시 그럴 것”이라면서 “한국 선수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지치지 않고 뛰는 모습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이 스페인 프로축구 발렌시아 감독 시절 그 아래 있었던 미드필더 가이스카 멘디에타는 “히딩크 감독과는 2시즌을 함께 보냈는데 그는 포기를 모르는 감독”이라고 평가했다. 멘디에타는 또 “히딩크는 이번 대회에서 어떤 강팀에도 적응할 수 있는 팀을 만들었다”면서 “전세계의 어느 팀을 맡든지 강팀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고 찬사를 보냈다.

멘디에타는 이어 “스페인 선수들의 개인별 기량은 분명 한국보다 앞서지만 팀 전체 전력은 반드시 그렇다고 볼 수 없어 대등한 경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울산〓금동근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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