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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6월 20일 1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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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서울에서는 광화문을 진원지로 전국으로 뻗어나가는 빨간색 붐이 일었다. 월드컵이라는 특수상황이 ‘스폿 아이템’(spot item·일시적 유행으로 인기를 끄는 반짝 상품)으로서 빨간색 특수를 불러오리라고 예견됐지만 흐름은 예상보다 크고 다채롭다. ‘Be the Reds’는 이제 그 붉은 물결의 일부분일 뿐. 패션 전문가들은 “정장에까지 현재의 열광이 이어질지는 불투명하지만 캐주얼, 스포츠 브랜드에서만큼은 최소한 몇 개월 동안 레드붐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빨강을 선택한 이유는 서로 달랐지만 파리, 밀라노, 서울의 싱크로나이제이션은 더 큰 ‘빨강 소용돌이’를 패션에 만들어낼까. 그 파동은 얼마나 오래 갈까. 세계 패션 트렌드를 2년 앞서 기획하는 국제유행색위원회는 6월초 2004년 봄, 여름 시즌 유행 컬러의 하나로 빨간색을 선정했다. 한국패션컬러센터 한영아 기획이사는 “빨간색은 스트라이프 무늬, 로맨틱한 꽃무늬, 액세서리 등 정장의 디테일 요소로 쓰이며 인기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스트(post) 월드컵’에도 명맥을 이을 ‘레드 디테일’. 서울도 밀라노도 빨강을 입고 걸고 두른 16강전의 날 18일, 서울 광화문 거리에서 패션스타일리스트 김명희씨와 함께 재치있는 빨강 코디네이션 아이디어들을 따라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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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본달린 셔츠
대학생 이주영씨(21)는 어깨 부분에 가는 리본이 달린 ‘조앤 루이스’ 민소매톱을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데님 소재 가방과 코디네이션했다. 밋밋한 빨간색보다 리본이 달려 있는 등 디테일이 강조된 셔츠가 더 산뜻해 보인다. 가방은 진 팬츠와 색상을 통일한 것. 구슬이 달린 붉은 귀고리로 다시 한 번 포인트를 주었다. 서울 광화문에서.
●스포티한 벨트
프랑스 파리의 패션 스트리트인 에티엔 막셀에 있는 한 여성. 데님이 인기를 끌면서 파리에서는 데님과 잘 어울리는 선홍색 액세서리도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데님 재킷 안의 셔츠와 빨간색 ‘미스 식스티’ 벨트로 포인트 코디네이션을 했다. 남성복 브랜드들도 앞다퉈 빨간색 벨트, 액세서리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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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한 스트라이프
대학생 강화예씨(21)는 전체적으로 빨간 티셔츠를 입는 ‘무리수’를 두는 대신 흰색과 붉은색이 사선 스트라이프로 접합된 민소매 셔츠를 입었다. 사선의 스트라이프 무늬는 키가 크고 섹시해 보이는 효과가 있다. 이 때 하의를 팬츠로 입으면 스포티한 분위기를, 스커트로 입으면 여성스러운 느낌을 낼 수 있다.
●럭셔리 레드팬츠
서울 광화문 일민미술관 앞에서 만난 카티아씨(35). “오늘은 조심해야 한다”며 조심스럽게 “이탈리아인”이라고 ‘귀띔’했다. 백인이나 살결이 흰 동양인은 선홍색 팬츠를 입어도 촌스럽지 않고 산뜻하다. 흰색 티를 받쳐 입었다면 다소 튀어보였을 텐데 붉은색, 푸른색, 노란색이 스트라이프로 뒤섞인 니트를 입어 고급스럽고 점잖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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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랄한 블루+레드 코디법
프랑스 브랜드 ‘9eDa & G-pure’의 파리 에튀엔 막셀 매장 전경. 밝은 빨간색과 스카이 블루를 상의와 하의로 바꿔 디스플레이했다. 빨간색을 주조로 사용할 때도 다른 색 스트라이프를 가미하면 촌스러움을 피할 수 있다. 톱과 스커트 모두에 가는 스트라이프를 넣었다.
●발등에 레드
발등에만 빨간색이 들어 있는 아디다스 운동화. 아디다스, 나이키 등 스포츠 브랜드들이 내놓은 패션 스니커즈 가운데 빨간색 디테일이 있는 아이템을 선택하면 어떤 색상의 팬츠와도 잘 어울린다. 블루, 베이지, 회색, 검정 등 하의에 자주 사용되는 색상들과 잘 매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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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찍한 별포인트
일명 ‘아이스 진’으로 불리며 흰색이 많이 가미된 데님 팬츠 또는 스커트에 작은 빨간색 무늬를 디테일로 더하면 깜찍해 보인다. 아주 큰 무늬보다 손 가락 두 마디 정도의 작은 무늬가 좋다. 팬시용품점이나 대형 의류매장에서 무늬만 따로 판매하기도 한다. 바지는 ‘클라이드’제품.
●꽃무늬 랩스커트
이탈리아 밀라노의 패션 스트리트인 두오모 광장의 한 여성. 이곳에서는 지금 각종 ‘레이어드 룩’이 각광받고 있다. 이 여성은 데님 팬츠 위에 빨간색 랩스커트를 덧입었다. 바지 위에 치마를 덧입는 것은 일본 도쿄에서도 붐을 일으키고 있다.
▼빨간색 디테일엔 베이지와 흰색이 가장 잘 어울려
붉은 악마들이 입는 ‘비 더 레즈’ 티셔츠에 사용된 이른바 ‘블러디 레드(bloody red)’는 의상에 사용되는 빨간색 가운데서도 가장 코디네이션하기 어려운 색으로 꼽힌다.
패션 디자이너 진태옥씨는 “검은 기가 있는 어두운 붉은색이어서 시선을 집중시키는 단체복으로서는 훌륭할지 몰라도 평상복으로서는 촌스러워 보인다”고 말한다. ‘패션으로서의 한계’를 간파했기 때문인지 서울 광화문에 모인 센스 있는 젊은이들은 채도와 명도가 보다 높은 빨간색을 의상의 포인트 컬러나 디테일 요소로만 사용하는 감각을 살리고 있었다.
빨간색을 디테일로 사용할 때 가장 잘 어울리는 바탕색은 베이지와 회색. ‘베이지+빨간색’은 무난하고 캐주얼한 느낌을 주며 ‘회색+빨간색’은 도시적인 세련미를 느끼게 한다. 블루 진을 입을 때 포인트 컬러로 써도 궁합이 맞는다. 대신 발목까지 닿는 긴 청바지보다는 하얀 살결이 노출되는 7분 또는 미니 팬츠, 스커트가 잘 어울린다. 흰색이 많이 섞인 데님 소재 팬츠를 입을 때는 빨간색과 파란색 줄무늬가 번갈아 교차되는 민소매 톱을 함께 입으면 덜 더워 보이고 발랄한 느낌을 준다. 진한 청색의 진 팬츠에는 소매와 목 부분에만 빨간색이 들어간 흰색 셔츠를 매치시킨 뒤 굵은 빨간색 벨트를 맨다. 남성의 경우 회색 민소매 셔츠를 입고 위에 빨간색 남방을 걸쳐 입는 것이 빨간 티셔츠만 입는 것보다 세련돼 보인다.
<의상협찬 클라이드, 메이크업협찬 한국화장품 이은정, 현주영 메이크업아티스트, 모델 양재성, 변지현, 이영숙씨>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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