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버는 것 못지 않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지만 젊은 세대의 ‘돈 쓰는 지혜’는 아직 부족해 보인다. 기업들의 가장 손쉬운 마케팅 전략은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잡는 것이다. 10, 20대들이 큰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돈을 펑펑 잘 쓴다는 것은 나쁘게 말하면 기업이 이들을 ‘봉’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일단 쓰고 보자는 잘못된 소비 심리에서 비롯된 신용카드 빚 문제도 이들 연령대에서 가장 심각하다. 부모 세대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끝없이 자식 뒤를 돌보려는 부모들의 전통적인 가족주의, 온정주의가 이들의 씀씀이를 키운 것이다. 돈에 대한 열망은 자본주의 사회에 걸맞게 커졌지만 자기 책임을 생각하고 절제하는 훈련은 전근대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엊그제 정부가 현금서비스 한도를 축소하는 등 신용카드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 또한 우스꽝스럽다. 개인신용 문제는 스스로 관리하는 것인데 정부가 나선다는 것은 신용사회가 아직 멀었음을 인정하는 꼴이다. 정부는 다른 한편으로 돈 쓰기를 유혹하는 각종 제도를 남발해 왔다. 카지노 복권 등 사행산업을 확대하면서 인허가권을 쥐고 권력 행사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다. 각종 ‘게이트’도 여기서 비롯된 것이 많다. 그렇다면 건전한 소비를 장려하기에 앞서 카드 남발을 방치한 것도 결국 정부 아닌가.
▷‘자식을 망치려면 용돈을 많이 주라’는 얘기가 있다. 요즘은 ‘용돈’이란 말 대신에 ‘카드’라는 말로 바뀔 법하다. 신용카드는 우리 사회에서 앞길 창창한 젊은이들을 자칫 범죄자로 내몰 수 있는 위험천만한 물건이 되고 말았다. 자식에게 신용카드를 쥐어주기 이전에 돈을 적절하게 쓰는 지혜와 인내심을 먼저 가르칠 일이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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