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후보 '법치주의' 뿌리내리려면

  • 입력 2002년 5월 22일 17시 57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는 어제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권력을 전리품으로 생각하는 제왕적 대통령의 시대는 끝내야 하며 3권분립을 확실하게 정착시키고 법치주의를 뿌리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인사 파탄, 국정 파탄은 모두 사유화된 권력에서 비롯된 것이며 민주주의의 기본을 지키지 않았던 것이 그 원인이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한 시대 한 사회의 문화를 거스르는 개혁이나 법치는 쉽지 않다. 여기서 말하는 문화란 관행과 풍토를 아우르는 포괄적 의미다. ‘김영삼(金泳三) 문민정부’와 ‘김대중 국민의 정부’가 잇달아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 원인도 권력과 정치 문화는 개혁되지 못한 채 개혁을 앞세운 데 있다고 할 것이다. 법치 또한 마찬가지다. 권력과 정치 문화의 일대 쇄신이 전제되지 않는 법치는 법률적 의미의 협의(狹義)에 머무를 뿐 진정한 법치라고 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 후보는 권력과 정치 문화를 어떻게 바꿔낼지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청사진을 내놓아야 했다. 현 정권의 권력형 비리와 부패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을 강조하는 선에서 그쳐서야 국민의 폭넓은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치문화 개혁에서 가장 시급한 일은 어떻게 현재의 지역구도 정치를 국민통합의 정치로 이끌어내느냐는 것이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지역주의 갈등 완화와 국민통합에 기여할 수는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지도자의 의지다. 민주주의와 법치로 국민통합을 이루어나가겠다는 확고한 의지표명과 함께 제도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대연합으로 통합과 화해의 시대를 열자’는 식의 원론적 차원으로는 안 된다. 구조적 부패를 방지할 정치개혁 및 인사개혁 방안도 세세하게 밝혀야 한다. 시대적 요구를 크게 읽고 바르게 이끌어가는 것, 그것이 큰 의미의 진정한 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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