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8일 어버이날은 본래 ‘어머니의 날’이었다. 1956년부터 어머니의 날을 정해 경로행사를 열었으나 ‘아버지의 날’도 만들자는 의견이 있어 1973년에 어버이날로 명칭을 바꾼 것이다. 어버이날에는 붉은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드리고 감사의 뜻으로 선물을 하거나 효도관광을 보내드리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다.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은 어버이날 하루 전에 학교에서 카네이션을 만들어 부모님께 달아드리도록 가르쳤다.
▷어버이날 풍속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인가 카네이션 한 송이에 용돈이라도 좀 드리는 것으론 뭔가 모자란 듯하게 됐다. 불과 몇 년 전 만해도 ‘어버이날에 받고 싶은 선물’로는 ‘돈’이 가장 인기였고 여행 외식 옷 보약 등이 그 다음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효도상품 중에도 못 들어 본 게 많다. 해외여행이나 유명가수의 디너쇼는 이미 유행한 지 오래된 선물이고 얼마 전부터는 검버섯제거술에서 눈꼬리주름수술까지 성형수술도 새로 등장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홀로 된 어버이를 위한 ‘효도미팅’이 화제다. 과거에는 노인이 이성(異性)에 대해 말할라치면 뭔가 어색하고 주책없다는 소리를 듣게 마련이었다. 이성교제나 미팅은 젊은이들의 전유물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노인들도 이성을 만나고 성적욕망을 해결해야 건강해지며 얼마든지 성관계를 가질 수 있고 또 갖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온 적도 있다. 몇 해 전에 어느 결혼전문업체가 ‘효도미팅’을 열어 성공한 이후 인기를 끌었고 올해는 미팅서 만난 노인들이 결혼식까지 치렀다고 한다. 자식들에게 효도미팅을 선물 받은 노부모들은 처음엔 손사래를 치며 거절하지만 나중에는 만족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예전처럼 자식들이 아침저녁으로 안부를 묻고 대화하기 어려운 처지이고 보면 효도미팅을 지나친 상술(商術)이라고 할 수만은 없는 듯하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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