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영해/˝진실을 밝혀라˝

  • 입력 2002년 4월 7일 19시 02분


지난해 8월1일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민주당 출입기자들과의 술자리에서 ‘폐간’이니 ‘사주 퇴진’이니 하는 충격적인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는 데도 노 후보측은 이를 거듭 부인하고 있다.

이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에는 당시 발언을 증언할 수 있는 5명의 참석 기자들이 전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데 큰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독자들로부터도 나오고 있다.

이들이 전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비보도(off the record)’약속과 ‘정치적으로 악용당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지만 독자들로서는 답답하기 짝이 없다는 반응들이다.

이들은 동료기자들의 증언요청이 빗발치자 5일 상황을 종합정리해 대화내용을 동료기자들에게 비공식 설명키로 했다. 그러나 그나마도 한겨레신문 기자의 발표도중 걸려온 ‘알 수 없는 전화’ 때문에 무산됐다.

다행히 이들 중 2명은 나중에 자사의 지면을 통해 당시 정황을 간단히 밝혔지만 실체적 진실을 알리는 데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이들이 침묵하는 이유는 이해할 만하다. 개인적 인간관계나 각사의 입장도 복잡미묘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미 이 사안이 대통령 후보경선이라는 ‘공론의 장(場)’에서 후보자질 검증의 핵심적 사안으로 부각돼 있다는 점이다. 노 후보의 언론관은 기자 개인이나 개별 언론사의 입장을 떠나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언론계 전체가 규명해야하는 문제라는 얘기다.

좀 더 근본적으로 이들이 앞세우는 ‘비보도’의 약속은 본래 ‘국익이나 공익을 위해 불가피할 경우’를 전제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 같다. 언론인으로서 진실을 밝히는 것은 기본적 책무이며 진실에 기초한 판단은 독자와 국민에게 맡기는 것이 기자의 본령이란 생각이다.

최영해 정치부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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