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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3월 28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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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거 직후 “이 같은 완벽한 공조수사는 없었다”며 서로를 치켜세웠는가 하면 27일에는 사건 해결 유공자들에게 경찰청과 국방부가 각각 표창장을 교차해서 주기로 했다. 경찰청은 “원만한 공조수사를 통해 사건이 해결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 이뤄진 결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사건 해결 후 수사당국의 모습을 보면 ‘공(功)’ 자랑에만 급급하고 ‘인권’에 대한 의식은 전혀 없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단지 ‘국군수도방위사령부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온갖 조사를 받으며 고통받은 400여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 한마디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역자들은 사건 발생 직후부터 군경의 수사에 시달려야 했다. 증거도 없이 수차례 군부대로 불려가 대질 심문을 받아야 했다. 주변 사람들을 상대로 한 공개수사로 은행강도범일지 모른다는 턱없는 의심도 받았다.
남편이 출근한 사이에 부인을 조사하고, 애인에게 남자친구의 행적을 대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조사를 받은 사람들은 심적 고통은 물론이고 주변의 따가운 시선도 견딜 수 없었다고 술회했다.
군부대 조사를 받은 임모씨(32·충남 논산시)는 “당시에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해결된 후에는 미안하다는 말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죄 없는 사람을 보름이 넘도록 마구 다루고도 공만 자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모씨(32·서울 구로구)도 “범인 검거 후 아무 연락도 못 받았다”며 “범인만 잡으면 그만이냐”고 항변했다.
수사본부에 근무한 한 경찰 간부는 “수백명의 조사 대상자들에게 일일이 사과 전화를 걸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수사본부가 곧 해체된 것도 한 가지 이유”라고 말했다. 이 간부의 말 속에 수사기관들의 집단편의주의와 인권불감증이 배어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이진구 사회1부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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