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권비리 없다' 할수 있나

  • 입력 2002년 2월 6일 18시 02분


현 정권 들어 정권 차원의 비리는 없었다고 한 이종남(李種南) 감사원장의 기자간담회 발언 내용은 지금의 ‘게이트 정국’에서 국민이 느끼는 분위기와 한참 동떨어진 것이다.

그는 “이 정권 들어 적어도 정치 권력과 결탁된 대기업의 부정이나 금융비리와 관련된 부정은 없었다”며 “무조건 누구를 만났다는 사실만으로 부정사건으로 단정해 버리고 범죄자로 낙인찍는 풍조도 문제”라고 말했다. 또 “이형택(李亨澤)씨 사건도 개인 문제이지 대통령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원장의 이 같은 현실 인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각종 게이트에는 청와대 국가정보원 검찰 등 권력 주변 인사가 대거 연루돼 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아들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특히 김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씨가 깊숙이 개입한 진도 앞 바다 보물발굴사업에는 청와대 국정원 해군 해양경찰청 금융감독원 등 권력기관이 동원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가 김 대통령의 친인척이 아니고, 그래서 권력 측의 비호가 없었다면 과연 이런 일들이 가능했겠는가. 이씨의 힘은 바로 권력의 힘인 것이다. 그런데도 이를 대통령과 관련 없는 단순한 개인 비리로 보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를 실망시키는 것은 공직 비리를 감찰해야 하는 감사원장의 시각이 어쩌면 그렇게 청와대 대변인과 똑같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특히 국가 최고 사정기관의 수장(首長)이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을 놓고 미리 예단을 줄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은 큰 문제가 있다. 부정부패 추방을 위해 추상(秋霜)같은 자세를 취해야 할 사람으로서 마치 누군가를 감싸고 도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깨끗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려면 무엇보다 먼저 권력형비리를 척결해야 하고 이를 위해 어떤 성역도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 청와대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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