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라보라 배수진 9일만에 무너져

  • 입력 2001년 12월 12일 00시 39분


아프가니스탄 동부 산악지대 토라보라 지역에서 배수진을 친 알 카에다 조직이 11일 백기를 들었다. 미군과 반 탈레반군이 오사마 빈 라덴의 은신지로 토라보라 지역을 지목해 맹공을 퍼부은지 9일만이다. 이에 따라 미군과 반 탈레반군은 최종 목표인 빈 라덴 추적에 마지막 고삐를 죄게 됐다.

▽항복 과정〓이날 알 카에다 조직의 항복 선언은 미군의 거듭되는 대규모 공습과 반 탈레반군 및 미 특수부대원들의 맹렬한 지상 공격 끝에 나왔다.

알 카에다는 북부동맹의 동부지역 사령관인 하즈라트 알 리가 이끄는 부대에 엔제리 주르 산악지대의 2개 정상중 한 곳을 빼앗긴 후 전의를 상실, 투항 의사를 밝혔다.

이에 앞서 반탈레반측은 “빈 라덴의 은신처로 지목된 토라보라 일대를 대부분 장악했으며 빈 라덴과 알 카에다 조직원들이 토라보라 인근 산악 4㎢ 내에 포위돼 있다”고 밝혔다.

미군도 알 카에다 지도부의 은신처로 추정되는 동굴에 무게 6800㎏의 초대형 폭탄인 ‘데이지 커터’를 투하, 이들의 공세를 지원했다.

그러나 일부 세력의 항복에도 불구하고 부녀자와 어린이를 데리고 있지 않은 알 카에다 세력들은 저항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파키스탄은 알 카에다측이 수세에 몰리자 그 잔당들이 토라보라가 위치한 화이트 산맥을 가로질러 자국으로 건너오는 것을 막기 위해 국경지대에 병력을 배치했다.

▽빈 라덴은 어디에〓알 카에다는 사실상 붕괴됐지만 빈 라덴의 소재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동부사령관 모하메드 자만은 “오늘까지 그가 이곳에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지금은 정확히 그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알리 사령관은 이제 레간을 제외한 토라보라, 멜라와 등 전 지역을 장악, 통제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빈 라덴이 레간에 있을 가능성이 90%정도 된다고 말했다.

미군 특수부대 요원 60∼70여명은 20∼30대의 군용 차량에 나눠 타고 멜라와 지역을 중심으로 빈 라덴을 뒤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이에 앞서 북부동맹측은 도주중인 빈 라덴의 행방과 관련, 이 일대에서 알 카에다 대원들과 함께 있던 빈 라덴을 정보장교들이 목격했다고 주장했으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칸다하르 상황〓탈레반군이 항복을 선언한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에서는 알 카에다 병력 150∼200명이 칸다하르공항에서 반 탈레반군과 교전을 벌이고 있다고 CNN이 보도했다.

계속되는 교전으로 양쪽에서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이 숨졌다고 한 구호기관 직원이 전했다.

한편 미 해병대는 11일 탈레반 및 알 카에다 병사들로부터 무기를 회수하기 시작했다고 미군 장교들이 밝혔다.

미 해병대 대변인 데이비드 롬리 대위는 무기를 수집해 일련번호를 매겨 사진을 찍은 뒤 파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대인·박윤철기자·외신종합연합>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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