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건강]세균독 이용한 주름살 제거술 "주사후 2주면…"

  • 입력 2001년 12월 11일 18시 32분


서울 강남구에 사는 이모씨(37·회사원)는 곧 다가오는 어머니의 환갑때 전해드릴 선물로 고민중이다. 깊이 패인 어머니의 주름살을 항상 떠올리던 이씨는 요즘 유행하는 주름살 펴는 성형수술을 생각했지만 수술비가 비싸 부담을 느끼다가 최근 보톨리눔를 이용한 간단한 주름제거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보톨리눔을 이용한 주름제거술은 국내에서만 매달 5000여명이 받을 만큼 각광을 받고 있다. 수술에 비해 안전하고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보톨리눔이란〓클로스트리디아 보툴리눔이라는 세균이 만든 독. 이 세균은 주로 상한 통조림에서 산다. 독소를 상품화시킨 주사약이 ‘보톡스’다. 보톡스를 근육에 주사하면 근육을 움직이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을 차단시켜 근육을 일정기간 마비시킨다. 운동신경에만 작용하므로 감각마비는 없다. 보톨리눔은 정제시킨 1g으로도 수백명의 사람을 호흡근 마비로 죽게할 수 있는 강력한 독이지만 병원에서 사용되는 보톨리눔은 극소량을 사용하므로 인체엔 큰 문제가 없다.

▽정통적인 치료〓보툴리눔을 치료영역에 도입하는데 선구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미국의 안과의사인 알렌 스코트. 그는 1970년대 원숭이 실험을 통해 사시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1980년 중반부터는 사람을 대상으로 보툴리눔을 사용하여 목 한쪽 근육이 수축돼 목이 한쪽으로 기울게 되는 사경(斜經)치료(1회 시술로 70∼80% 효과)와 눈을 자주 깜박거리는 안검경련 치료(1회 시술로 80%효과)에 이어 한쪽 얼굴을 찡거리게되는 반측안면 경련 치료 (1회 시술로 99%효과) 등 신경과 질환치료 널리 사용되고 있다.

1986년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의 허가를 얻은 뒤에는 중풍환자의 재활치료, 근육이 심하게 수축돼 팔다리나 등이 심하게 뒤틀린(사지강직) 뇌성마비환자, 항문이 찢어져 피가 나는 치열 등에도 사용되고 있다.

▽미용치료〓눈가나 미간 이마 입 목 등 주름살을 만드는 표정근육을 일시적으로 마비시켜 주름살을 펴는 시술법. 특히 웃을 때 발생하는 주름이나 가는 주름에 효과적이다. 해당 부위 3∼6군데에 주사를 맞으며 된다. 시술시간은 10∼15분 정도. 대개 다음 날부터 근육마비가 온다. 마비 작용이 최고조로 달하는 시기는 시술후 7∼14일이며 그 뒤 점점 약효가 사라지는데 효과가 지속되는 기간은 3∼6개월정도다. 비용은 사용량에 따라 30∼150만원으로 다양하다.

현재까지 주름살 시술에 따른 부작용은 일시적인 두통, 현기증 등이 있다. 이는 하루 이틀이면 사라진다. 50대 이상 여성은 10∼30%에서 눈꺼풀의 부종이 생길 수 있으며 2∼4주 후 가라앉는다.

부작용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윗눈꺼풀이 완전히 안 떠지는 ‘안검하수’다. 주로 미간주름을 없애는 치료시 1% 정도에서 발생한다. 이땐 안약으로 만든 해독제를 사용하며 2∼4주 지나면 원상회복된다.

▽최근 치료 경향〓딱딱한 음식을 많이 먹거나 껌을 자주 씹거나 이빨을 자주 깨무는 버릇은 씹는 근육을 발달시켜 마치 각진 얼굴처럼 보이는 사각턱의 원인이 된다. 이에 국내에선 드림피부과 서구일 박사팀이 사각턱을 가진 13명에게 보톡스를 이용 임상시험 한 결과 씹는 근육의 크기를 평균 30%감소시켰다고 최근 대한피부과학회에 발표했다. 땀을 조절하는 교감신경의 흥분으로 생기는 손, 발, 겨드랑이 등에 많이 생기는 다한증 치료에도 사용된다. 대개 3∼30일 사이에 효과가 가장 좋고 5∼6개월 뒤면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 자주 맞기엔 비용의 문제가 있으므로 선거를 앞두고 악수를 많이 해야하는 정치가나 시험을 앞둔 수험생 들이 이용한다.

또 편두통 환자의 경우 보톡스주사를 이마에 맞으면 4명중 3명이 3개월 정도 두통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된 바 있다. 이밖에 성대 근육의 비정상적인 경련 때문에 발성이 힘들거나 목소리가 떨리는 ‘강직성 발성장애’의 경우 보톡스를 성대근육에 주사하면 제 목소리를 찾을 수 있다.

▼보톡스 시술 세계 첫시행 캐루터스 박사

“14년전 아내인 안과의사 진이 눈을 자주 깜빡거리는 안검경련 환자를 치료하며 보톡스를 사용했는데 우연히 눈가주름이 없어지는 것을 발견하고는 연구를 하게 됐습니다”

보톡스 주름살제거술을 세계 최초로 실시한 캐나다의 알라스테어 캐루터스박사(46)는 9일 서울 강남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초청 강연회를 가지는 자리에서 주름살 제거와 관련한 보톡스 연구 계기를 이렇게 밝혔다.

현재 보톡스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미용시술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시술법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세계적으로 보톡스의 매출은 99년 2억달러, 지난해는 약 2.5억달러이며 현재는 3억달러를 넘을 정도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캐루터스박사는 “보톡스 주름살제거술은 성형수술에 비해 시술이 간단하고 시간이 짧으며 비용도 저렴할 뿐만 아니라 합병증이 거의 없어 많이 사용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틀에 걸친 강연회 외에 직접 시술을 통해 250여명의 피부 성형 전문의에게 시술시 주의점 등을 전달했다.

그는 또 레이져 치료와 보톡스를 병행하는 시술법도 소개했다. 나이 때문에 생긴 깊은 주름은 보톡스로 치료하되 태양빛으로 생긴 얕은 눈가 주름은 레이저를 병행하면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

캐루터스박사는 96년부터 4년동안 미국과 캐나다 피부과학회장을 역임했으며 지금까지 보톡스에 관한 학술 논문만 70여편을 발표할 만큼 보톡스에 관한 최고의 권위자다. 현재 캐나다의 브리티쉬 콜로비아의대 피부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도움말〓연세대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이명식교수, 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성형외과 오갑성교수, 초이스피부과 최광호원장)

<이진한기자·의사>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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