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로 확전’ 뜨거운 논란

  • 입력 2001년 11월 29일 18시 34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이라크에 대한 국제무기사찰 허용 요구를 계기로 미국의 대(對) 테러전쟁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라크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제사회의 논란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다음달 초 확전에 대한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 유럽과 러시아를 방문한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은 “확전만은 안 된다”며 제동을 걸고 나서 미국과 유럽의 대(對)테러 공조가 깨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美 “공습시간문제”분위기 고조▼

이라크 공격을 주장해온 미 행정부내 대표적 강경파인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은 28일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지와의 회견에서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무기사찰 요구가 외교적으로 해결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군사적 압력과 보조를 맞춘다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온건파인 파월 미 국무장관은 이날 지뢰금지협회 주최 모임에서 “아랍권은 미국의 이라크 무기사찰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미국은 이 같은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여러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점차 강경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 정책에 정통한 서방 외교관들도 AFP통신 회견에서 “미국의 이라크 공습은 확실하며 문제는 공습 시기”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타하 야신 라마단 이라크 부통령은 28일 카타르 위성방송 알자지라와의 회견에서 “조만간 미국의 공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이 공습하더라도 승리를 자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의 핵사찰 재개 요구에 대해 “이라크에 심각한 피해를 주기 때문에 사찰단의 입국을 거부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부시 행정부 일각에서는 이라크 공격 논의가 아랍권과 유럽으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는 점을 들어 ‘확전 대신 아프간 작전에 전념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CNN방송이 28일 보도했다. 칼 레빈 상원외교위원회 의원장(민주)도 28일 “이라크 공격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유럽 등 우방국들과 공조체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英-佛-獨 “증거 아직 없다”제동▼

미국 주도의 대(對) 테러전쟁을 지지해온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유럽국가들과 중국은 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정당화할 만한 증거를 아직 제시하지 못한 점을 들어 일제히 확전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제프 훈 영국 국방장관은 28일 하원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이라크가 오사마 빈 라덴이나 알 카에다의 테러행위와 직접 연결돼 있다는 증거를 본 적이 없다”면서 “미국이 확실한 증거를 대지 못하는 한 이라크 공격에 대한 지지를 얻기 힘들다”고 말했다.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28일 의회에서 “아프간 이후 새로운 공격 목표를 찾는 논의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면서 “무기사찰을 둘러싼 미국과 이라크의 갈등은 외교적으로 해결돼야지 전쟁으로 확대될 경우 서방 대 아랍권의 전면 대결 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불가리아를 방문중인 알랭 리샤르 프랑스 국방장관도 28일 “아프간 이외의 다른 지역에서도 테러조직의 활동 근거지가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미국의 군사행동에 무제한 지원을 제공할 것이지만 아직까지 우리가 갖고 있는 정보는 아프간 내 알 카에다의 테러활동에 관한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의 장치웨(章啓月) 대변인은 29일 “미국이 마음대로 공격을 확대하는 것에 반대한다”면서 “우리는 이 전쟁이 유엔헌장의 목적과 절차, 국제법의 관련 기준을 준수해야 하며 구체적인 증거에 기초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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