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육부는 전교조 후원자인가

  • 입력 2001년 11월 20일 18시 37분


교육인적자원부가 교사들의 근무시간 중 노동조합 활동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그대로 확정된다면 결국 교사들의 물리적 힘 앞에 굴복하는 것밖에 안 된다.

교육부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조합원 교육시간 제공 요구와 관련해 ‘월 2시간 연수활동’을 허용하는 방안을 단체교섭에서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혔고 전교조는 예정된 파업투쟁 일정을 유보하기로 한 것이다.

교육부는 지금까지 전교조의 거리투쟁 과정에서 그들의 활동과 요구사항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는 강경 방침을 고수해 왔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이처럼 방향을 선회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부정책은 무엇보다 일관성이 중요하며 그래야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것이다.

교육부는 교원성과급제와 중등교사자격증 소지자의 초등교사 임용방안도 교사와 교육대생들의 실력행사에 밀려 당초 내놓았던 안에서 후퇴하더니 이번에 또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다른 이익단체들에도 ‘힘으로 몰아붙이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수많은 이익단체들이 나서서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마당에 나쁜 선례가 될 것 같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부는 이 같은 우유부단한 자세가 지금의 온갖 국정혼란을 초래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물론 교육부는 방과후, 수업과 학사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교원의 전문성 신장과 교수학습방법 개선을 위해, 교육감의 판단에 따라 연수활동을 할 수 있다는 조건을 붙여 조합활동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했다.

그러나 방과후도 엄연히 교사들의 근무시간이다. 그런 시간에 단위학교별로 조합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학생들에게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 교사들의 수업에 대한 긴장도를 떨어뜨리고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다른 교사들과의 갈등도 심화될 것이다.

실제로 이 방침이 알려지면서 전국 교장협의회와 학부모단체가 단위학교의 교육이 황폐해질 수밖에 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학교단위의 조합활동은 시도나 전국단위로 노조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한 교원노조법의 입법 취지에도 맞지 않다.

교육당국은 ‘교육부가 전교조의 후원회이며 교육장관은 후원회장이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앞으로 있을 전교조와의 단체협상과정에서 단호한 자세로 교육행정의 일관성을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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