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전통음악과 주역의 만남…흥사단서 세미나

  • 입력 2001년 10월 28일 18시 38분


동양철학 연구자와 한국음악 전공자가 함께 모여 동양 전통음악의 정신적 기반이 돼 온 주역(周易) 사상에 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16년 동안 대산 김석진(大山 金碩鎭) 옹의 주역강의를 개최해 온 동방문화진흥회는 11월1일 오후 1시 서울 대학로에 있는 흥사단 강당에서 ‘주역과 율려(律呂)’를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개최한다.

청주대 정화순 교수(국악)는 발표문 ‘주역과 율려’에서 “중국음악의 이론은 주역의 음양원리를 기초로 삼으면서 자연계의 보편 법칙인 변화를 중시한 점에서 역학과 긴밀히 연계돼 있다”며 “한국음악은 내면적으로 중국음악과 동일한 사상적 뿌리를 공유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유학이 도입된 이후 중국 유학경전을 익히고 생활 속에서 삶의 기준으로 삼아온 상류층 지식인들이 음악의 효능에 대한 유가적 해석에 절대적으로 공감하면서 주역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20세기에 전폭적으로 수용된 서양음악은 “한국음악의 이론 방면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특히 구전되던 민간전승음악의 악보화에 크게 기여했으나 한국음악과 융합하지 못한 채 서로 다른 영역을 차지하며 상호 협력체계로 병존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이는 과학적 사고와 이성 및 논리를 바탕으로 한 서양음악과 감성과 생명을 바탕으로 사물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중시하는 동양의 심미적 문화가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작곡가 김영동씨는 발표문 ‘율려와 동양음악’에서 “동양음악의 음은 동양 사상의 모체인 주역의 팔괘와 음양오행, 12간지, 24절후 등에 따라 배분되면서 음악이 갖는 자연적 질서와 아울러 인간이 음악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 하는 사람들이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이 음악”이라고 주장한다.

이 자리에는 임채우 원광대 교수, 이응문 동방문화진흥회 학술위원 등 동양철학 연구자 외에 중요무형문화재 제39호 ‘처용무’ 기능보유자인 김용 숙명여대 겸임교수, 정해임 경북대 국악과 교수, 무용전공자인 순천향대 강사 이종숙씨 등 한국 전통예술 관련 전공자들이 모여 발표와 토론을 진행한다. 02-2237-9137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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