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 건수 줄었는데 사망률은 늘어

  • 입력 2001년 10월 26일 19시 02분


근로자가 업무 도중 다치는 산업재해 건수는 해마다 줄고 있으나 재해로 숨지는 근로자 비율은 오히려 높아져 산업재해가 더욱 악성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노동부에 따르면 90년 이후 산업재해보상보험을 적용받는 산업재해율은 90년 1.76%를 시작으로 줄곧 하락해 95년에는 처음으로 1% 이하로 내려가 0.99%를 기록했다. 재해율은 이후 98년 0.68%까지 떨어졌다가 약간 상승해 99년 0.74%, 2000년 0.73%를 기록했다.

재해율 하락 추세는 작업장의 안전도가 일부 개선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재해율 산출기준인 산재보험 적용대상 근로자 수가 늘어난 영향이 더 크다는 지적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 체제에 들어간 직후인 98년 산재보험 대상 근로자는 758만여명이었으나 2000년에는 948만여명으로 급증했다. 작년 7월 이후 상시 고용인원 5명 미만의 사업장도 산재보험 적용대상이 된 탓이다. 재해를 당한 근로자는 90년 13만여명에서 98년에는 5만여명으로 줄었다가 작년에는 늘어나 7만명에 육박했다.

재해를 입은 근로자 가운데 숨진 비율은 90년 1.68%에서 92년 2%선을 넘어섰고 94년 들어서는 3%대에 진입했다. 이어 97∼99년에는 4%대까지 상승해 재해 위험도는 커졌다.(그래프 참조)

한국노총은 이와 관련해 95년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작업장의 안전관리체제가 크게 약화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노총 산업안전본부 박수만(朴壽萬)국장은 “시행령 개정으로 안전 및 보건관리자가 준 데다 겸직 마저 허용해 재해 위험도가 증가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사망재해를 측정하는 공식 지표인 근로자 1만명당 사망률은 99년 3.08에서 작년에 2.67로 개선됐다”며 “재해를 입은 근로자 가운데 사망하는 비율은 공식 지표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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