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對중국 軍장비 금수 해제 추진…WP 보도

  • 입력 2001년 10월 17일 19시 06분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가 1989년부터 중국에 부과해온 군사관련 장비 금수조치를 해제하는 등 획기적인 대(對) 중국 정책의 변화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우선 1989년부터 시작된 군사관련 장비 금수 조치를 해제함으로써 1980년대 중국에 판매했던 블랙호크 헬리콥터의 부품들을 다시 수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워싱턴포스트지가 17일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19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개막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중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양국간의 다양한 합의 사항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선언문에는 그동안 미국이 중국에 요청해온 미 연방수사국(FBI)의 베이징(北京) 지부 개설에 중국이 동의한다는 내용도 담길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미국 정부의 대중 정책 변화는 중국과의 정보교류 촉진 같은 질적인 관계 강화를 통해 효율적인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려는 중요한 전략을 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은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당시 중국 정부가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한 뒤 대중(對中) 군사장비 판매를 금지해왔다.

부시 대통령은 또 장 주석과의 회담에서 중국의 대만 정책에 대한 미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출범후 친대만정책을 펼쳐온 부시 정부의 커다란 태도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은 나아가 취임 때부터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해온 입장을 바꿔 앞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펼쳐 나가면서 중국을 ‘잠재적 동반자’로 인정할 계획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부시 행정부가 이처럼 대중국 정책을 180도 전환하려는 것은 국가적인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보유한 각종 고급정보 외에도 제3세계권에 미치는 중국의 대외영향력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미국은 특히 아프가니스탄 공습을 시작하면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도움이 절실함을 느꼈다는 것이다.

중국 역시 적대적인 관계 속에서 미국이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었고, 중앙아시아가 불안해지는 것 자체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에 대한 태도를 바꾸기로 한 것 같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에 따라 올 봄 미 정찰기와 중국 항공기의 공중 충돌 이후 악화된 양국 관계가 톈안먼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인 80년대 말 상황으로 복귀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내다봤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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