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탄저균 이라크-舊소련서 유입”

  • 입력 2001년 10월 17일 18시 49분


미국 언론은 미 상원의원 사무실과 언론사 등에 최근 우편 배달된 탄저균이 ‘국가적 차원에서 뒷받침되는 정교한 기술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이라크와 구소련에서 제조한 탄저균이 테러 조직에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을 17일 제기하고 나섰다.

▽이라크〓90년 쿠웨이트 침공 당시부터 세균전 무기 보유설이 나돌았다. 미국은 걸프 전쟁 초기부터 이라크 내의 세균무기 공장을 공습했으며 이라크가 세균전을 펼 경우에 대비해 전술핵 사용까지 고려했다. 이라크는 걸프 전쟁 때는 세균무기를 사용하지 않았으나 걸프전후 자국 내 쿠르드족 반란 진압 때는 치명적인 세균을 다량 살포했다. 당시 이라크는 구소련으로부터 수천ℓ의 탄저균 등을 제공받은 것으로 추정됐으며 현재는 자체 생산시설에서 제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처드 버틀러 전 유엔 이라크 무기사찰단장은 최근 “이라크는 탄저균을 스커드미사일에도 장착해둔 상태”라고 말했다. 이라크의 탄저균 생산기술은 구소련 세균전 과학자 등의 지원으로 탄저균 포자를 실효성 높은 크기(1∼5㎛)로 조절, 생산해낼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

미국 언론은 최근 러시아가 세균 배양 탱크를 이라크에 팔기 위해 수백만달러 규모의 협상을 벌여왔다고 전했다.

▽구소련〓72년 세균전을 금지하는 생물무기협약에 가입했으나 92년 보리스 옐친 당시 대통령이 협약에 서명할 때까지 비밀리에 탄저균 연구를 계속해왔다. 구소련의 세균전 프로젝트인 바이오프레파라트 부책임자를 지낸 켄 알리베크는 92년 미국에 망명해 세균전 프로젝트 종사인구가 7만명에 이르며 우랄산맥과 아랄해의 섬에 이르기까지 구소련 곳곳에 연구소와 세균 제조설비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최근 구소련의 세균전 설비가 관심을 끈 것은 9월 초 카자흐스탄 스테프노고르스크의 생물무기공장 해체 작업을 돕던 미국 군사전문가들이 공장 내 한 파이프에서 탄저균 포자를 발견하면서부터. 그러나 카자흐스탄은 최근 탄저균 사태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소련 대통령은 15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재임 중 러시아는 생물무기사업에서 손을 뗐으며 단지 의료용 연구만이 진행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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