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환씨 42억중 27억 어디에 썼을까

  • 입력 2001년 10월 4일 18시 40분


지앤지(G&G) 회장 이용호(李容湖)씨 금융비리 사건의 주요인물로 등장한 광주 J산업개발 대표 여운환(呂運桓)씨는 ‘거물 로비스트’인가, ‘단순 사기꾼’인가.

이에 대해 검찰은 현재 후자로 보고 있는 듯하다. 여씨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이씨가 지난해 횡령혐의로 긴급 체포되자 진정인과의 합의가 필요하다며 거액의 돈을 받아 상당부분을 가로챘고 그후 추가합의가 필요하다고 속여 이씨에게서 다시 돈을 뜯어내기도 했다. ‘주가조작 사기꾼’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였다는 것이다.

여씨의 첫번째 사기극은 지난해 5월 이씨가 동업자였던 심모씨 등의 진정으로 서울지검에 긴급체포되면서 시작됐다는 것.

변호사 선임을 도와주며 이씨에게 접근한 여씨는 진정 등을 취하시키기 위한 합의금 명목으로 15억원, 관계 공무원에 대한 로비자금으로 3억원, 자신의 수고비 명목으로 2억원 등 모두 20억원을 받아갔다. 그러나 여씨는 합의금조로 받은 15억원 중 10억원만 심씨에게 전달하고 나머지 5억원은 가로챈 것으로 돼있다.

여씨는 같은 달 중순 강모씨 등이 추가 합의금을 요구한다고 속여 12억원어치 어음을 받아냈으며 이어 삼애인더스의 해외 전환사채(CB) 발행 주간사회사 알선명목으로 10억4000만원을 다시 받았다. 결국 여씨는 이씨에게서 사건 해결 등의 명목으로 42억4000만원을 받아간 셈.

이 가운데 여씨가 이씨를 위해 쓴 돈은 합의금 10억원뿐이다. 검찰은 이 10억원과 개인적으로 가로챈 5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27억여원의 사용처도 추적하고 있는데 “로비를 위해 쓴 흔적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3일 “여씨가 이씨 돈의 상당 부분을 사채놀이에 투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27억여원의 상당부분이 정관계 로비에 사용되지 않았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여씨가 만약 그 돈을 사채놀이에 사용했다면 그 자금의 흐름이 밝혀져야 한다.

검찰은 여씨가 ‘국제PJ파’라는 폭력조직의 ‘거물급 보스’로 알려진데 대해서도 부담스러운 눈치다. 한 검찰간부는 “‘국제PJ파’라는 이름 자체가 여씨가 자주 드나들던 광주시내 한 건물에 붙어 있는 ‘국제다방’과 ‘PJ당구장’을 따서 급조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여씨가 광주 국제호텔과 목포 백제호텔의 슬롯머신장의 지분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 호텔의 한글(국제)과 영문(백제) 이니셜을 따 만들었다는 말도 있다.

여씨 본인은 지난달 25일 대검 국감에서 “91년 나를 구속했던 당시 광주지검 홍준표 검사가 나를 키워놨다”며 자신이 ‘과대포장’됐다는 식의 불만을 나타냈다.

여씨의 역할이 과연 무엇이었는지를 납득할 수 있게 밝히는 것도 검찰의 과제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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