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106년 명성 佛 '코르동블루' 한국 요리유학생 급증

  • 입력 2001년 10월 4일 18시 32분


《프랑스로 ‘요리 유학’을 떠나려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세계적인 요리학교 ‘코르동블루’의 파리 본원은 한국인 유학생들의 증가 추이를 ‘극적인 증가세’라고 표현할 정도다. 경제난이 극심했던 98년에는 10명에도 못 미쳤지만 99년 13명, 2000년에는 50여명이 등록했고 올해에는 연말까지 100명 가량이 유학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숙명여대에 분원을 내기 위해 한국을 찾은 코르동블루 파리 본원의 얀 브로셋 부회장을 만나 ‘요리 유학’을 꿈꾸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점검해 두어야 할 사항을 들어봤다.》

▽명성이 자자한데〓1895년 개원을 해 요리학교로는 세계 최고(最古)다. 왕년의 명화 ‘사브리나’에서 오드리 헵번이 요리를 배웠던 무대로 등장하기도 했다. 해마다 파리 본원에만 50여개국 1000여명이 프랑스요리를 배우고 있어 ‘요리학교의 UN’ 혹은 ‘요리사들의 바벨탑’ 이라 불린다. 그 외 런던 시드니 도쿄 등지에 20개의 분원이 있다. 크리스틴 보스워스 전 주한 미대사 부인도 이 곳 출신이며 그 외 프랑스 외교관 부인들은 대부분 다녀간다고 보면 된다. 세계의 특급호텔 주방장은 말할 것도 없다.

▽한국학생들의 비율은〓1950년대 중반 한국국적 학생이 처음 등록한 이래 80년대 말까지 해마다 한두명의 한국학생들이 다녀갔으나 10여년 전부터 두자릿수로 늘었다. 그리고 최근 2, 3년 새 아시아에서 일본인 다음으로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인(40%), 일본인(40%)이 제일 많고 나머지는 유럽, 남미, 기타 아시아국 순이다.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나〓프랑스 출신 학생이 5%밖에 되지 않지만 대부분 프랑스어로 진행한다. 프랑스요리를 알려면 그 문화를 알아야 하고, 또 문화는 고유의 언어로서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교사들은 한국학생들의 수준이 ‘세계 최고’라고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지만 프랑스어를 좀더 능숙하게 구사한다면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워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초급 중급반은 영어 일어로 동시통역을 해주는 반이 있지만 고급반은 전부 프랑스어수업이다.

수업은 메인 메뉴는 물론 디저트까지 직접 만들어보게 하는 100% 실습 교육이다. 졸업 전에는 마지막으로 세계 유수의 요식업체나 레스토랑에서 인턴수업을 받게 하는 등 실무 경험을 쌓게 한다.

▽교육과정과 입학자격은〓요리 제과 제빵의 3개 코스에서 초급 중급 고급과정이 있으며 각 코스에서 고급과정까지 이수하면 자격증이 나온다. 모든 코스를 다 배우는 2년 과정을 이수하면 종합학위를 준다. 한국에서 지원하려면 영문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수업 시작 3개월 전까지 보내면 된다.

고졸 이상이면 되고 연령 제한은 없다. 평균 연령은 27세이지만 분포는 21세에서 50세까지다.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전화 인터뷰도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요리에 대한 열정이다. 한국에서 온 e메일을 보면 경쟁률을 묻는 질문이 제일 많은데 입학보다는 졸업이 어렵다.

▽프랑스요리만 배우나〓그렇다. 하지만 일단 졸업하면 수많은 프랑스요리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을 것이다. 교수 1명이 8명의 학생과 팀이 되어 가르치기 때문이다. 아울러 우리는 ‘프랑스식 레서피(조리법)’ 에 집착하지 않는다. 가령 케이크를 만들 때 프랑스인과 달리 한국인들은 설탕을 많이 넣는 것을 싫어한다. ‘프랑스요리의 정서’만 있으면 입맛에 맞춰 응용 발전시키는 것을 더 권장한다.

또 학기마다 한번씩 각 나라의 요리를 선보이는 축제를 열어 세계요리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다. 이를 위해 각국 학생들에게 재정지원도 한다. 한국학생들은 해마다 불고기 제육볶음 잡채 김밥 등으로 재미를 보지만 일견 비슷비슷한 조리법 때문에 중국 일본 학생들과 ‘원조 논쟁’이 일기도 한다. 그러나 ‘김치’ 가 나오면서 판도가 정리되곤 한다.

▽여름방학 ‘요리 연수’〓해마다 6월 초순부터 10주 정도 별도의 ‘여름학기’를 갖는다. 여러 나라 사람들의 문화와 요리에 대한 열정을 짧게나마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정확한 일정은 홈페이지(www.codonbleu.net)를 참조하면 된다. 그 외 한글로 된 개괄적인 입학 관련 사항은 프랑스교육자료원(www.bref.co.kr)에도 나와 있다.

▼'코르동블루'서 학위딴 박재은씨▼

“생선까지는 참았는데 죽은 지 얼마 안된 닭이랑 토끼를 던져주며 목을 따고 털을 뽑고 소독하고 내장을 청소하라는 지시를 받으니 ‘백정’이 된 듯한 기분이 들어 눈물이 맺히더군요. 특히 토끼는 웬만한 어린아이만 했습니다. 하지만 식재료를 처음부터 가공하는 방법을 익힌 뒤로는 세부적인 조리 방법이나 소스만들기 등은 금방 익힐 수 있었어요.”

파티푸드플래너, 푸드컨설턴트 등으로 일하고 있는 박재은씨(27)는 요리연구가 송희라씨, 제주대 김우실교수 등과 더불어 국내에서 몇 안되는 파리 코르동블루의 2년제 종합학위(Grand Diploma) 소지자다. 박씨는 교사만이 식재료를 들고 수업하는 다른 요리학원과 달리 모든 학생이 식재료를 배급받아 실습해 볼 수 있는 것이 코르동블루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처음엔 실망감도 들었다고 한다. 파리 중심부에 있긴 하지만 워낙 건물이 낡아 4층짜리 동사무소가 연상됐다고 한다. 엘리베이터도 잘 가동이 되지 않아 무거운 식재료들을 들고 교실로 운반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고. 하지만 “졸업 후에는 그런 ‘막노동’을 통해 진짜 요리사의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프랑스어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박씨는 ‘찐다’ ‘굽다’ ‘볶는다’ 등 반복되는 어휘가 많아 요리에 관련된 고유명사와 기초동사만 익히면 수업에 크게 지장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를 공부해 가면 다국적인들과 대화를 나누기에도 편하고 졸업 후 동창회 등을 통해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기에도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박씨는 이외에도 한국에서는 아직도 프랑스 요리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아 단기간에 관련분야에 취업을 하거나 사업을 하려면 요리 과정보다는 제빵이나 제과 과정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숙명여대-코르동블루 요리학교 합작 개설▼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로 코르동블루 요리학교가 국내에 생긴다.

숙명여대가 파리의 ‘코르동블루’요리학교로부터 120만달러의 투자자금을 유치해 2002년 4월 ‘숙명-코르동블루 아카데미’를 설립하는 것. 이를 위해 숙명여대 이경숙 총장과 코르동블루의 얀 브로셋 부회장은 4일 오전 숙명여대에서 투자협력 조인식을 가졌다.

학생 선발과 관리는 숙명여대가 맡고 강의와 운영은 코르동블루에서 담당한다. 조만간 파리 본원으로부터 수석 요리사 3명이 파견될 예정이며 연말에는 숙명여대 내에 대규모 레스토랑도 들어선다.

첫해에는 요리, 제과 분야에 초중급 과정을 개설한다. 자격증과 학위는 파리에서 발행되는 것과 동일하다. 3년 후에는 식당경영에 관한 경영학석사(MBA) 과정도 개설된다. 자세한 모집요강은 내년 초에 발표된다. 숙명여대 분원에는 기존의 프랑스요리 외에 한식 코스도 추가될 예정. 이 총장은 “코르동블루 아카데미를 전통음식연구소 옆에 세워 한식의 세계화도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코르동블루 과정별 학비(자료:프랑스교육자료원
 종합학위과정요리코스제과 혹은 제빵코스
학 비 3,241 2,031 1,455
예치금 977 606 436

*단위=만원(천원단위 반올림), 기준환율1프랑=182.6원

*학위과정은 평균 2년, 코스별 자격증은 9개월~1년 소요, 예치금은 졸업 후 돌려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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