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도토리나무가 부르는 슬픈 노래

  • 입력 2001년 9월 21일 18시 33분


도토리나무가 부르는 슬픈 노래/권오삼 지음 이준섭 그림/157쪽 6000원 창작과비평사

동시집을 읽을 때 가끔씩 드는 생각이 하나 있다. 동시 속에는 아이들의 웃음, 아름다운 세상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성적표를 받던 날의 공포, 도형과 기호들로 가득찬 수학책을 마주했을 때의 막막함. 어른들이야 모든 것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때 그 시절 그 사소한 일들에 우리 역시 얼마나 절박했던가.

이 책에서 저자는 ‘요즘 아이들’의 고단한 삶을 그리려 노력했다. 아이들의 세상 역시 치열한 경쟁으로 어그러져 있긴 어른들의 세상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오늘도 내 곁에서/힘들게 굴던/+ - × ÷ 수학책/a b c d 영어책

컴퓨터 게임 그만 해라/공부 좀 해라 하시던/아빠 엄마 말씀/이젠 안녕

더 이상 날 따라오지 마세요/꿈나라에서만은 싫어요/아셨죠!/그럼, 안녕’ (‘이곳만은 안돼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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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세상의 어두운 단면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거짓된 희망을 보여주는 대신 험한 세상의 모습을 어린이의 시각으로 각색해 보여주고자 한 것.

‘미국에도 없고/일본에도 없고/…/그런 밭이/우리나라에 있대요/뭔지 아세요?

…/휴전선 155마일 비무장지대에 있다는/세계에서 제일 간다는 2억9천7백6십만 평짜리/지뢰밭이래요’(‘수수께끼’ 중에서)

그렇다고 이 책이 어두운 동시들로만 가득한 건 아니다. 할머니와 함께 고추를 따며 느꼈던 사랑(‘고추따기’), 수백년된 느티나무에게서 느꼈던 경외감(‘느티나무 할아버지’) 등 아름다운 자연과 정겨운 가족애를 노래한 시들도 많다. 중요한 건, 아이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나름대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가르쳐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미국 테러 참사 후 미국 한 중학교에서 배포한 ‘재난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방법’이라는 지침서에는 이런 말이 적혀있었다고 한다.

“아이에게 ‘울지마라, 괜찮아질 거야’라는 식으로 말하지 말라. 상황을 직시하고 희생자를 돕는일에 동참하라. 평화를 지키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보라.”

좋은 것만 골라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겠지만 아이들은 세상이 만만치 않음을 곧 깨닫게 된다. 아이들은 퍽 빨리 자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초등학교 고학년용.

<김수경기자>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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