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투수는 매일 던질 수 있다

  • 입력 2001년 7월 12일 14시 35분


‘투수는 매일 던질 수 있다’ - 닥터 마이크 마셜

마이크 마셜(Mike Marshall). 메이저리그의 올드팬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이름이다. 투수 혹사 문제에 관심있는 팬들에게는 친숙할지도 모른다. 메이저리그에서 14시즌을 보낸 마셜은 1974년 LA 다저스에서 106경기에 출장 208이닝을 던졌다. 106번 모두 구원 등판이었다. 마셜이 방어율 랭킹에 이름을 올린 적도 2번. 김현욱이나 구대성이 무색해질 정도다.

마셜은 시즌 최다경기 출장(106), 구원 최다 이닝 투구(208), 연속경기 등판(13), 최다경기 종료(84) 부문 메이저리그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월드 시리즈 전경기에 모두 등판한 최초의 투수기도 하다. 두 자릿수 승리-두 자릿수 세이브를 기록한 시즌은 모두 5번. 역시 메이저리그 최고 기록이다. 전설적인 구원투수 구스 고시지와 롤리 핑거스도 10승-10세이브를 동시에 기록한 적은 4번 밖에 없다. 한 마디로 ‘엽기적’이다.

기록 뿐 아니라 성격도 특이했다. 어느 정도로? 시계 방향으로 몸을 틀어 1루 견제구를 던졌다면 설명이 될까. 다른 투수들의 픽오프 동작은 모두 시계 반대 방향이다. 그리고 엄청난 경기수와 이닝을 기록한 마셜의 주무기는 스크루볼이었다. 일반적으로 투수 생명을 갉아먹는다고 알려진 구질이다. 하긴 스크루볼(screwball)이라는 단어에는 ‘괴짜’의 뜻도 있다. 마셜이 가장 위대한 투수 코치로 소개하는 인물은 야구가 뭔지도 몰랐던 아이작 뉴튼경이다.

하지만 단순한 괴짜는 아니었다. 마셜은 1978년 미시간주립대에서 운동생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것을 비롯, 모두 3개의 학위를 소지하고 있다. 지금은 ‘닥터 마셜’이라고 불러야 한다. 78년이라면 그가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54경기에 구원등판했던 시즌이다. 명예의 전당에 ‘주경야독’과 관련한 기준이 있다면 마셜은 마땅히 헌액돼야 한다. 그리고 헌액 기념 연설에서 1년에 100경기나 등판하면서 공부할 시간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설명해야 할 것이다.

마셜은 어떻게 그런 혹사를 감당할 수 있었을까. ‘혹사’라고 하기에는 조금의 어폐가 있다. 마셜의 많은 등판은 그 자신이 자청했던 것이다. 마셜의 신념은 ‘투수는 매일 던질 수 있다’였다. 마셜은 사교성이 좋은 인물은 아니었다. 남의 조언을 듣지 않는 대신 거만하게 이것저것 가르쳐주려는 태도는, ‘학자 선수’라는 이미지와 맞물려 동료들에게 호감을 사지 못했다. 하지만 사교성을 떠나서 투수라면 마셜의 철학을 듣고 친하게 지낼 마음이 들지 않을 것이다.

마셜의 투구론은 대략 다음과 같다. 투수는 제대로 된 훈련을 받는다면 언제든 던질 수 있다. 투수들이 팔꿈치와 어깨에 부상을 자주 당하는 것은 잘못된 방법으로 훈련하기 때문이다.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육을 충분히 강화하고 인대나 다른 조직에 무리를 주지 않는 투구폼을 배운다면 부상의 위험은 줄어든다. 어린 나이에 공을 많이 던지는 것은 상관없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실전 투구를 하는 것은 문제다. 부상은 근육을 많이 사용해서가 아니라 긴장이 높아질 때 신체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나타난다. 마셜에 따르면 16세 이전까지는 실전투구를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마셜은 과거에 비해 오늘날 투수들의 투구 이닝이 적은 것은 건강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가장 큰 이유는 투수들이 타자를 아웃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기 후반 안타를 계속 맞기 때문에 강판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단거리 전력질주보다 장거리를 뛸 것. 웨이트 트레이닝은 부상 위험을 줄인다고 강조한다. 현역 시절 마셜은 공을 던지지 않을 때는 트레이닝룸에서 살다시피 했다. 슬라이더와 커터는 어린 나이에 절대 던지지 않아야 할 구질. 대신 포심 패스트볼과 투심 패스트볼을 각각 2종류씩 던지는 것이 좋다.

필자는 투구나 스포츠의학의 전문가가 아니다. 마셜의 투구론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은 마셜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된다. 마셜은 투구에 관한 책 2권을 인터넷에 공개해 놓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주소를 공개하지는 않는다. 아무래도 일부 감독들의 죄의식을 덜어주는데 악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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