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전문가에게 듣는다] 조익재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

  • 입력 2001년 7월 7일 20시 18분


"금융주와 중소형 가치주가 8월말까지 시장초과수익률을 올릴 것이다. 9월부터는 반도체 컴퓨터 단말기 등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조익재(35)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여의도의 대표적인 'IT주식 옹호론자'다. 그는 9월부터 삼성전자 등 IT주식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투자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4/4분기부터 수요회복으로 미국 IT산업이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판단해서다.

국내증시도 IT주식이 상승을 주도하면서 올연말까지 800포인트대까지 간다는 견해를 밝혔다.

물론 IT주식이 부상하기 전까지는 금융주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란 게 조팀장의 입장이다. 중소형 가치주들도 기술주의 대안으로 8월말까지 시장참가자들의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한다.

조팀장은 고려대 경영학과와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부터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에서 활약하다가 1999년 12월 메리츠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 한국은행이 지난 5일 콜금리를 25bp(0.25%포인트)내렸다. 국내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는가.

▲현재 국내증시가 조정을 보이는 것은 경기회복 시점을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향후 경기전망의 불확실성은 내수(가계소비+기업투자)보다는 IT산업의 수출부진에서 기인한다. 콜금리 인하는 내수를 부양할 수는 있지만 수출증대를 가져오긴 힘들다.

국내수출은 미국 IT산업이 되살아나야 가능하다. 그런 만큼 콜금리 인하가 국내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본다. 물론 은행주와 내수관련주들은 혜택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시장 전체의 상승 촉매제로 작용하긴 힘들다.

- 4/4분기이후 미국 IT주식들이 상승할 것이라고 보는 근거는 무엇인가.

▲4/4분기부터 재고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이다. 업계의 자율적인 감산 등으로 공급은 줄어드는 반면 수요는 신학기 등 계절적인 특성에다 연방기금금리 인하 영향 등으로 회복될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IT주식들이 본격 상승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IT주식은 기업수익성 호전보다는 재고조정 추세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즉 기업수익성이 증가하기 이전이라도 재고조정이 마무리되는 추세가 나타나면 주가는 상승한다. 미국 IT기업들의 순이익은 내년 1/4분기이후에나 개선될 것이다.

- 수요회복을 낙관하는 이유를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미국에선 금리인하후 통상 9개월이 지나면 실물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1월에만 100bp 금리를 내렸으니 9월이후 가계소비와 기업투자 등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내수가 회복되면서 IT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얘기다.

또한 가을학기 개학과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등 계절적 요인도 PC수요 증가를 가져온다. 여기다 10월하순 '위도우 XP' 등 신제품의 출시로 대체수요도 일어날 것이다. 게임기 위성방송 등도 신규 수요 창출에 기여할 전망이다.

이같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IT산업에 대한 수요가 되살아날 것으로 본다.

- 모건스탠리증권 등은 4/4분기에도 미국 IT산업이 회복되기 힘들다고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IT수요회복을 지나치게 낙관하는 것은 아닌가.

▲사실 미국 IT산업은 현재 심각한 공급과잉상태에 놓여 있다.

PC만 놓고 본다면 지난해말 기준으로 생산능력은 1992년보다 20배 늘어났다. 반면 수요는 1994년 한때 50%가량 성장했지만 공급증가율에 훨씬 못미쳤다. 심지어 올해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단기간에 공급과잉이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도체시장에서 확인됐듯이 자율적인 감산과 내수회복에 따른 수요회복으로 4/4분기부터 IT산업이 바닥권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 그러면 언제부터 IT주식을 매수해야 하나.

▲9월부터 매수해야 한다. 그렇다고 IT주식을 모두 사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반도체 전자부품 PC 등을 먼저 매수해야 한다. 이들 주식이 IT수요회복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주식들도 이들 주식이 상승하면 매수를 권하고 싶다.

통신서비스주들은 IT기업들의 순이익이 실질적으로 호전되는 내년초부터 사들이는 것이 좋다.

- 만약 9월부터 미국 IT업종에 대한 수요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는가.

▲아직 '수요회복이 어렵다'라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지 않고 있다. 수요회복으로 미국증시 뿐만 아니라 국내증시가 상승추세로 전환할 것이란 낙관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당초 전망과 달리 수요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국내증시는 생각보다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 500포인트 유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 코스닥시장에 대한 전망은 어떠한가.

▲당분간 코스닥시장의 구경제 기업중 실적이 뒷받침되는 종목들이 코스닥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다음 새롬기술 한글과컴퓨터 등 인터넷 관련주들은 9월이후 반도체 전자부품 PC업체등과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전체적으로 놓고 본다면 올연말까지 약세가 예상되는 통신서비스업체가 시가총액 상위종목에 포진돼 있어 지수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 최근 시장을 주도한 '가치주'들은 여전히 투자가치가 있다고 보는가.

▲기업실적과 비교해 볼 때 상당수 '가치주'들이 적정가치에 도달했거나 이미 초과상승한 상태다. 쉽게 말하자면 백화점 도시가스 제약 음식료 업종의 대표주들은 이미 '종합주가지수 1000포인트'수준에 도달했다. 다만 중소형주들은 기술주들이 본격상승하는 9월이전까지 투자할 만하다.

- 현시점에선 어느 업종에 투자해야 하는가.

▲IT경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7월과 8월 국내증시는 조정양상을 보일 것이다. 주도주가 없어 지루한 장세가 예상된다, 외국인들도 미국 IT경기 회복전망에 대한 확신이 들기전까지 국내 IT주식들을 적극 사들이지 않을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선 금융주가 가장 투자유망하다. 콜금리 인하에 따른 최대수혜주다. 중소형 가치주들도 시장초과수익률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박영암> 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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