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의원의 취중 발언에 기자가 흥분한 것은 욕설이나 막말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 바탕에 깔려 있는 일부 언론에 대한 맹목적인 불신과 적의 때문이고 또 현 여권의 이른바 ‘언론개혁’ 작업이 이미 금도를 벗어나지 않았느냐 하는 판단 때문입니다.
즉 기자를 슬프게 한 것은 일부 언론에 대한 추 의원의 증오였고 기자를 화나게 한 것은 그것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현 여권인사들의 그릇된 언론관이었습니다. 추 의원은 당 지도부의 신임이 두터워 여권의 내부기류에 밝은 편일 뿐만 아니라 누구보다도 언론개혁에 적극적이기에 하는 말입니다.
증오는 오해와 편견에서 비롯됩니다. 특히 추 의원의 얘기 중 ‘사주(社主)의 지시’ 운운한 대목은 언론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여권에 비판적인 기사를 썼다고 해서 사주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억지입니다.
그렇다면 추 의원의 언론개혁 주장도 본인의 소신과는 어긋나지만 당 지도부의 사주를 받아서 하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기자는 94년 입사 이후 단 한 번도 사주의 지시를 받아 기사를 쓴 적이 없음을 단언합니다.
개혁도 일정한 선을 지켜야 합니다. 증오에서 출발한 개혁은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도 없고 성공할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자칫 ‘폭력’으로 흐를 위험도 있습니다. 개혁이란 게 미워하거나 싫어하거나 입장이 다른 사람을 배제하기 위한 편가르기는 아니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추진해 온 개혁작업이 혹시 불필요하게 거칠지 않았는지 한번쯤 냉정하고 차분하게 돌아보기를 추 의원뿐만 아니라 주변의 여권인사들에게도 당부합니다.
윤종구<정치부>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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