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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7월 4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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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에 들른 사람은 누구든 문 앞에서부터 감독기관의 위엄을 실감하게 된다. 건물 곳곳을 제복 차림의 건장한 경비원들이 지키고 있고 한사람씩 들어가야 하는 회전문을 통과하고 나면 곧바로 다른 경비원이 앞길을 막는다. 금감원에 매일 출입하는 기자가 위압감을 느낄 정도라면 처음 찾아오는 사람이 느끼는 기분이 어떨는지는 짐작할 만하다.
한 금융회사의 직원은 금감원에 미리 알리지 않고 자사 금융 신상품에 대한 보도자료를 냈다가 곤욕을 치렀다는 얘기를 했다. 그는 금감원 직원으로부터 “앞으로 이런 일이 또 한번 있을 경우 각오하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왜 금감원에 미리 알려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금융관련 제도를 만들고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로 잘못된 부분을 가려내는 감독기관이니 권위가 대단할 만도 하다. 그러나 진정한 권위는 삼엄한 경비에서 나오는 것도, 엉뚱한 일로 금융회사에 호통을 쳐서 생기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된다.
3일 금감원은 ‘금융소비자 보호기능 대폭 강화’라는 A4용지 10장 분량의 보도자료를 냈다. 금감원은 이 자료에서 “금융소비자 만족을 최우선으로 하는 양질의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객만족센터를 운영하고 토요일 전일 상담근무제를 실시하며 자체 상담원에 대한 친절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좋은 내용이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해야할 일은 보통사람들이 금감원을 ‘두렵고 문턱이 높은 곳’이라고 느끼지 않도록 금감원 사람들의 체질부터 바꾸려는 노력이 아닐까.
이훈<금융부>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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