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쟁점토론]물 부족 해소위한 댐 건설

  • 입력 2001년 5월 25일 18시 33분


《2004년부터 물 부족현상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댐 건설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다시 시작됐다. 댐을 건설해야 한다는 측은 홍수기에 연간강수량의 70%가 집중되는 기후특성상 물을 가둬두려면 댐이 필요하고 다만 지속 가능한 댐 개발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한 반대측은 세계 최고수준인 1인당 물 사용량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물 절약 정책으로 충분히 물 부족에 대비할 수 있으며 댐 건설은 환경파괴와 수질악화만 초래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찬성/홍수기때 확보해 가뭄대비▼

한국은 연 강수량(753∼1758㎜)이 고르지 못하고, 지역별(1000∼1700㎜), 계절별(6∼9월에 연간 강수량의 3분의 2가 집중) 차이도 심해 물의 확보와 관리가 어려운 여건에 처해 있다. 이 때문에 여름에는 홍수, 겨울과 봄에는 가뭄이 빈발한다. 또한 하천 길이가 짧고 하천 경사가 급하여 다량의 홍수가 단시간 내에 바다로 유출되고 나머지 기간은 실개천 또는 건천화된다.

최근 전국적인 봄 가뭄으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리고 6월말부터는 홍수기에 접어든다. 물 부족과 홍수가 사회 문제가 될 때마다 여러 방법들이 논의된다. 그러나 이렇게 논의된 방법들은 항구적인 대책이 아니라 양수기, 지하수 관정, 재해 복구 등 임시방편적인 대책이 대부분이다.

가뭄과 홍수를 해결하려면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 한국뿐만 아니라 많은 다른 나라에서도 가까운 장래에 심각한 물 부족을 겪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국내 수자원 전망은 정부의 물절약종합대책 등 수요관리 정책을 감안하더라도 가뭄이 들면 2004년부터 전국적인 물 부족이 발생하고 2011년에 18억㎥, 2020년에는 26억㎥ 가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 부족 사태가 발생하기 시작하면 생활불편은 물론 농업과 공업에 끼치는 영향도 엄청나다. 이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국민경제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부족한 물을 확보하는 방법에 대해 일부에서는 절약만으로 물 부족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연중 고르게 비가 오는 유럽과 근본적으로 다른 우리나라의 기후특성을 외면한 것이다. 여름철 홍수기 동안 연간 강수량의 70%가 내리기 때문에 이때 물을 확보해 두지 않으면 연중 이용할 수 있는 물의 확보가 사실상 어렵다. 또한 2014년까지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물의 10% 이상을 절약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절약만으로 물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사실 한국처럼 물 이용의 자연적, 사회적 여건이 열악한 나라에서는 댐 개발은 가장 확실한 대책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물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최근 들어 이상기후 등으로 하천수 공급이 갈수록 불안정해지고 홍수와 한발이 자주 나타나는 양상을 보면 하천수의 계절적 변화를 완만하게 조절해주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기술성, 경제성만 강조한 종래의 댐 개발 방식은 더 이상 통용되기 어렵다.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개발이 되어야 한다. 마침 세계보전연맹과 세계은행이 공동으로 만든 세계댐회(WCD)는 나라마다 객관적인 댐개발 평가시스템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의사 결정의 투명성과 개발 효과의 지속가능성이다. 우리도 이를 적극 수용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댐 개발은 조사 계획수립부터 건설까지 10년 이상 소요된다.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물부족에 대비할 수 없다.

우효섭(한국건설기술 연구원 연구위원)

▼반대/환경파괴…물 절약으로 극복▼

마실 물조차 구하기 힘들다. 이러한 결과는 과거의 독재적인 개발정책과 물의 질을 고려하지 않은 수자원 정책에서 비롯되었다. 아직도 정부와 수자원공사는 물의 양을 중심으로 정책을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많은 수의 댐 건설을 서두르고 있어, 시화호와 낙동강 오염의 과오처럼 국민의 혈세만 낭비한 채 물을 더욱 오염시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정부의 물수요 예측은 주먹구구식 자료에 근거하고 있어 전혀 타당성이 없다. 정부의 예측은 1인당 물 사용량이 앞으로도 계속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다.

따라서 물 사용량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내리면 댐을 건설할 필요도 자연히 사라진다. 이미 건설한 댐들은 오염을 막고 유지관리를 하느라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어야 하는 애물단지로 남게될 것이다.

고인 물은 썩는다. 댐 건설로 인공호수가 된 국내 하천의 대부분은 이미 부영양화되어 녹조현상이 빈번히 발생한다. 2000만 수도권 주민의 상수원인 팔당댐의 물도 인이나 질소성분으로 따지면 이미 4급수나 5급수에 해당한다. 낙동강의 심각한 오염은 상류에 건설된 댐으로 인해 금호강의 수량이 대폭 줄면서 썩은 물이 유입되는데 따른 것이다. 1조원 가량의 예산을 쏟아 부었으나 농업용으로도 사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물고기조차 살 수 없는 썩은 물로 변해버린 시화호 오염 사건은 함부로 물길을 막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웅변적으로 입증해 준다.

한국은 1960년대부터 댐을 건설해 왔지만 홍수 피해는 오히려 증가하였고, 가뭄 피해도 해결하지 못했다. 댐의 홍수조절 효과가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댐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수장해야 한다. 정부와 수자원공사는 쉽게 많은 물을 확보하기 위해 보존상태가 우수한 깊은 산속의 물줄기를 막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이 경우 절대적인 보전가치가 있는 자연생태계와 역사문화는 물론 지역경제의 기반마저 송두리째 앗아가 버린다.

인제군민들이 내린천댐의 건설에 결사적으로 반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막을 수 있는 곳을 모두 댐으로 막은 후에도 물이 오염되고 모자란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때는 이미 너무 늦었을지도 모른다.

댐 건설로 인한 생태계 파괴나 피해 결과를 고려해 세계은행은 댐건설에 대해서는 차관 중지를 결정한 바 있다. 미국은 최근 20여년간 200여개의 크고 작은 댐을 해체했으며, 스웨덴도 생태계 파괴를 이유로 1988년 극히 제한된 지역을 제외하고는 댐 건설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물은 유한한 자원이다. 무한정 공급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바꿔야 한다. 따라서 물 공급을 계속 늘리는데 목표를 둔 공급 위주의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 수요를 관리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국민도 물을 ‘물 쓰듯’ 하는 문화를 버리도록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

양장일(환경운동연합 서울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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