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윤철장관의 '호소'

  • 입력 2001년 4월 29일 18시 38분


전윤철(田允喆) 기획예산처 장관이 공기업 간부 인사와 관련해 청탁을 하지 말아달라고 여당에 요청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정치권의 인사 압력으로 얼마나 많은 괴로움을 당했으면 현직 장관이 공개석상에서 그런 호소를 해야만 했을까.

전 장관은 27일 민주당과의 4대 개혁 당정회의에서 “그동안 공기업 인사와 관련해 엄청난 여론의 비판이 있었다”고 밝히고 민주당이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전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향후 3개월간에 집중된 정부 투자기관 또는 산하단체의 임직원 인사를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민주당과 자민련이 이번 공기업 인사를 현정권 임기 중 마지막 개입의 기회로 삼아 서로 자리다툼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시중에 퍼지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말이라 앞으로 정치권의 태도에 관심이 쏠린다.

사실 이 정권 들어 정부 요직과 공기업 임원 자리를 놓고 특정지역 출신자들간 나눠먹기식으로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은 수도 없이 제기되어 왔다. 오랜 기간의 야당생활에서 ‘챙겨줘야’ 할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해도 기회마다 빚어진 낙하산인사로 얼마나 많은 조직원들이 좌절했고, 공기업의 경영이 얼마나 악화됐는지를 정치권은 알아야 한다. 경험도 능력도 없는 사람을 보내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개혁을 뒷걸음질치게 한 것도 여권이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한 달여 전 정부는 인재풀을 만들어 민간이 참여한 가운데 공정하게 공기업의 경영진을 선발하겠다고 약속했다. 나름대로 정치권의 개입 여지를 줄이려는 몸부림으로 여겨지지만 그 정신이 얼마나 지켜질지는 의문이다. 진정으로 정치권의 인사 영향력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정부가 먼저 이 기구에 대해 완벽한 독립성을 인정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장관들이 정치권의 인사 압력을 단호하게 거부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장관자리 조차 정치권의 영향력 안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전 장관은 대단히 하기 어려운 말을 한 것이다. 전 장관의 발언이 앞으로 낙하산을 배제하고 철저하게 객관적 기준에 따라 공기업 인사를 하겠다는 다짐이라면 그의 뜻은 존중되어야 한다.

우리는 향후 공기업 인사에서 정치권이 얼마나 개입을 자제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공기업경영의 성패는 바로 국가재산상 득실로 이어지기 때문에 국민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어떤 종류의 인사청탁도 배격되어야 한다. 이제는 후진적 청탁 인사의 관행에서 벗어날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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