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 법원과 '힘겨루기' 하나

  • 입력 2001년 4월 23일 18시 34분


최근 법원과 검찰이 사사건건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요즘 그러잖아도 곳곳에서 집단간 이해대립으로 우리 사회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터에 법원과 검찰마저 영역 싸움을 벌이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은 법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키울 뿐만 아니라 보기에도 좋지 않다.

검찰은 임창열(林昌烈) 경기지사 사건과 이른바 총풍(銃風)사건 항소심에서 법원이 잇따라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자 반박문까지 내며 거세게 반발한 데 이어 이번에는 영장발부 문제를 놓고 법원과 대립하고 있다. 검찰은 법리공방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국민의 눈에는 감정대립으로 비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서울지검 남부지청은 얼마 전 서울지법 남부지원이 1차 구속영장을 기각한 데 이어 같은 피의자에 대한 영장재청구를 각하하자 “판사가 검찰에 대해 잘못된 시각을 갖고 있다”며 재청구영장을 보완하지 않고 어제 세 번째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보도다. 법원이 검찰의 영장재청구에 대해 심리할 필요조차 없다는 뜻으로 각하 결정을 내린 데 대한 반발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남부지원은 구속영장 심사도 일종의 재판인데 검찰이 법원의 결정에 이견을 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라고 한다.

우리는 법리적으로 어느 쪽의 판단이 옳은지 알지 못한다. 형사소송법에도 영장재청구에 대한 명문 규정이 없어 논란이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다. 문제는 이 같은 논란이 법리공방이 아니라 감정대립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법원에 대한 검찰의 감정적 대응은 임 지사 사건과 총풍사건에서 이미 극명하게 드러났다. 담당 검사가 법원의 항소심 판결에 반박문을 내고 이를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린 것은 검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검찰의 조직적 반발이며 이는 정도(正道)를 넘어선 대응이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물론 재판부의 판단이 절대적일 수는 없다. 그래서 항소와 상고 절차를 두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데도 검찰이 법정 밖에서 감정적인 반론을 펴는 것은 옳지 않다. 한마디로 검찰의 권한과 책무를 벗어난 일이다.

법원의 권위가 흔들리면 법치(法治)가 무너진다. 사법의 한 축인 검찰은 법원에 불만이 있더라도 제도의 틀 안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사사건건 장외에서 법원을 반격하는 식은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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