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호원/경찰 뒤흔든 성명서 파동

  • 입력 2001년 4월 23일 18시 34분


19일에 있었던 경찰대 총동문회 성명서 사건은 대우자동차 노조원 폭력진압사태로 궁지에 몰려 있던 경찰에 내부 분열까지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일부 경찰대 출신 경찰관들의 집단행동은 자신들이 도우려 한 이무영(李茂永) 경찰청장을 더욱 벼랑으로 내몬 결과가 됐다는 게 중론이다. 자체 감찰결과 이번 집단행동을 주도한 것으로 밝혀진 경찰대 총동문회장인 황운하(黃雲夏·서울 용산경찰서 형사과장·경찰대 1기) 경정은 “대우차 노조원 진압 이후 경찰 흔들기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동문들의 전화가 빗발쳤다”며 집단행동의 계기를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 내 1900여명의 경찰대 동문 중 단지 57명만이 참석한 18일의 ‘전체 동문모임’이 대표성을 띨 만한 것인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동문도 적지 않다. 또 참석자 중 성명서 발표에 찬성한 사람은 33명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모임이 있다는 것을 연락조차 받지 못했다는 한 경찰대 출신 간부는 “몇몇 사람이 하루 전 기수모임을 가진 뒤 하루 만에 전체 의견인 양 성명을 낸 것은 경찰대 동문들의 이름을 팔아먹은 행위”라고 분개했다.

이번 파문은 경찰조직 내 경찰대 출신과 다른 출신간의 분열까지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찰대 출신이 아닌 한 간부는 “이번 모임을 주도하고 참석한 사람들이 바로 이 청장을 정점으로 한 경찰 내 ‘하나회’ 멤버들”이라며 “이번 사건은 그들이 일으킨 ‘친위쿠데타’라는 비아냥거림이 파다하다”고 전했다. 바로 이 같은 점 때문에 이번 집단행동에 대해 엄중한 문책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경찰 내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찰대 출신인 다른 간부는 “집단행동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사람들에 대해 서면경고만 한다는 것은 ‘측근 감싸안기’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인사조치로 의혹을 씻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일로 조직의 분열과 내부 불신을 치유해야 하는 또 하나의 숙제를 안게 된 셈이다.

최호원<사회부>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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