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IT감원돌풍' 한국인 비껴가나

  • 입력 2001년 4월 22일 18시 57분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인력감축 방안을 내놓고 있다. IT시장의 전반적인 침체로 수익이 크게 떨어졌고 주가마저 곤두박질친 것이 직접적인 이유. 이 여파는 한국법인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신망 장비에 대한 투자가 크게 줄면서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곳은 시스코 쓰리콤 루슨트테크놀로지스 등. 한국의 경우도 이미 유선전화망 초고속통신망 등이 포화상태에 도달해 있어 구조조정의 한파를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들 기업의 구조조정은 경비절감이 절실해서라기보다는 ‘차세대 분야’에 집중하기 위한 재정비 성격이 짙다고 분석하고 있다. 휴대전화단말기 유선전화망 등 수익성이 낮아진 영역을 줄이고 광대역 무선 IMT―2000 등을 겨냥해 사업의 중심을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법인에 예외적으로 인력조정의 여파가 크지 않은 것도 ‘차세대 시장’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에서 휴대전화나 초고속통신망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듯이 IMT―2000이나 음성 데이터통합망도 일단 불붙으면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법인들은 일단 신규채용을 하지 않는 식으로 인력 조정을 하고 있다. 관리 운영 경비를 절감하고 있지만 ‘감축’ 수준까지는 나서지 않고 있다.

네트워크장비업체들은 음성 데이터통합, 광대역, 광네트워크 등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쓰리콤은 기존의 PC카드 아날로그모뎀 사업과 준비중이던 웹패드 인터넷라디오 부문을 정리하고 무선네트워크장비와 광대역에 집중하기로 했다. 한국쓰리콤도 이에 따라 사업부를 기업랜 무선 등 4개로 조정했다. 시스코와 루슨트도 기업용 장비와 음성 데이터통합망에 주력한다는 방침.

한국루슨트 관계자는 “현재 네트워크장비업체들이 투자는 데이터통신망에 주력하면서도 수익의 대부분은 아직 음성통신망에서 얻고 있다”며 “차세대 시장으로 넘어가면 이러한 수익구조의 불일치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법인들은 또 IMT―2000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국쓰리콤의 최호원이사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아 올해안에 큰 매출은 기대하지 않지만 향후 IMT―2000은 큰 시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IMT―2000을 지원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와 용량을 갖춘 새로운 인프라가 필요할 것이기 때문.

최근 15%의 대량 인력감축안을 발표한 에릭슨도 휴대전화단말기사업을 줄이고 데이터통신장비와 무선통신솔루션을 강화하고 있다. 휴대폰 사업을 하지않는 에릭슨코리아는 오히려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올초 데이콤의 보라넷망을 위한 백본네트워크를 구축키로 했으며 무선데이터통신 솔루션도 국내에 공급하고 있다.

아직 형성되지 않은 차세대시장에 지나치게 기대하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파이’가 예상외로 작을 수도 있다는 것. VoIP나 광대역으로 가는 추세는 맞더라도 실제 투자할 여력이 되는 회사가 많지 않다. 결국 네트워크장비업체들이 한국통신 SK 등 소수의 기업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게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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