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곽승준/환경의 경제적 가치 강조 시의적절

  • 입력 2001년 4월 13일 18시 47분


최근 국내 현안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하나의 도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대부분의 개혁 정책이 정치적 논리에 의해 추진되었고, 결과는 경제적인 과오로 귀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강산 관광 등의 대북문제, 현대사태, 의약분업사태 등이 모두 그렇다. 이 과정에서 정책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한 사람들은 모두 반개혁 세력으로 분류돼 비판 자체가 수용되지 않았다.

나아가 또 하나의 특징은 국가 경제와 국민에게 큰 경제적 손실을 입힌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가 납득하기 힘들 정도로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시행하자마자 4조원이라는 재정적자를 초래하고 국민에게 큰 혼란을 준 의약분업 정책만 해도 그렇다. 분명히 개혁이라는 차원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한 실세 그룹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책 실패의 책임은 무리한 추진에 있다기보다는 시행 과정에서의 잘못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인식되는 듯하다. 즉 실패의 책임을 좋은 정책을 잘못 시행한 공무원과 의료비를 부당 청구하는 사악한 의사에게 돌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 원로 행정학자는 최근 이런 현상을 '공무원 왕따 현상'이라고 표현한다. 잘못은 모두 일선 공무원에게 전가하고 열매는 모두 위에서 가져간다는 것이다. 공무원 사회에 만연해 있는 가급적 책임지지 않으려는 복지부동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있었던 개각에서 실패한 정책에 책임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인사들이 의기양양하게 입각하는 것을 보면 앞에서 말한 도식이 틀리지는 않은 것 같다. 동아일보도 3월27일자, 4월2일자 등에서 개각 소식을 보도하였다. 다른 언론도 마찬가지이지만 간단한 약력과 성격, 가족관계 등을 소개하는 기사는 20년 전이나 별로 다를 것이 없다. 국내에는 아직 인사청문회 제도가 없다. 따라서 그 사람이 과거 책임있는 자리에 있었을 때 추진하였던 정책들에 대한 평가와 도덕성 및 정책 철학을 검증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현재로서는 언론밖에 없다. 동아일보와 같은 정론지라면 개각기사는 인물의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여 심층취재를 통한 인사 청문회식의 보도를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경제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만큼 정부의 정책도 경제 살리기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과거에 경제와 대립 관계 차원에서 항상 대두된 것이 환경이다. 하지만 최근 재편되는 국제경제 질서에서는 환경과 경제가 더 이상 상충되는 관계가 아니다. 환경 자산 자체가 국부가 되고 환경규제가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동아일보는 3월26일자부터 30일자까지 5회에 걸쳐 '심층 리포트 서울하늘 숨막힌다'는 기획 기사를 실었다. 경제 살리기에 밀려 환경문제가 소외되기 쉬운 시점에서 나온 보도로 시기적절했다고 판단된다. 특히 3월29일자 A28면에 게재된 '공기는 돈이다' 라는 기획 기사는 환경문제도 경제현안 중에 하나라는 사실을 잘 부각시켰으며 새로운 국제경제질서에 부합하는 참신한 보도였다.

곽승준(고려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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