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내친구]위드서핑 마니아 금강기획 최소연씨

  • 입력 2001년 4월 3일 18시 54분


보드에 몸을 실은 채 세찬 강바람을 맞으며 물살을 가르고 있는 최소연씨.
보드에 몸을 실은 채 세찬 강바람을 맞으며 물살을 가르고 있는 최소연씨.
월의 첫날 오후. 한강변 개나리들은 노란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었다. 하지만 한강 뚝섬 강둑에서 맞는 바람은 거셌다.강가에 꽂힌 깃발들이 찢어지는 소리를 토해내며 연신 비명을 질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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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나왔나. 날이 좀 더 풀리면 나올 걸’. 한강을 바라보던 최소연씨(33.금강기획)의 얼굴이 이내 굳어졌다. 서핑복으로 갈아 입고 10여분정도 뭍에서 세일(돛)을 잡고 바람에 맞춰 움직여 봤지만 선뜻 강으로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물은 커녕 뭍에서조차 바람에 밀려 세일을 잡고 서있는 것도 힘들었다.

6년전 아찔했던 기억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초보’딱지를 떼고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서핑을 하던 어느날. 자만감에 그만 너무 멀리 나가 버렸다.돌아가야할 출발지점을 보니 까마득했다.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는 순간 갑자기 바람과 물살에 밀려 보드가 떠내려가기 시작했다. 보드는 마침 공사중인 바지선아래로 끌려들어가고 있었다. 안간힘을 다해 바지선의 줄을 잡고 매달려 ‘이제 죽었구나’했을 때 구명보트가 와 구사일생으로 구조됐던 것.

별로 좋지 않은 기억에 사로 잡혀있는데 먼저 서핑을 한 같은 클럽 소속 동료 여성 회원이 지나가며 “바람이 너무 세”라고 말했다. 가뜩이나 착잡한 최씨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

‘그래도 이왕 나온 것 한번은 타봐야지. 6개월이나 기다렸는데’. 때맞춰 “괜찮아. 이런 날도 타봐야 늘지”라는 클럽장의 말에 용기를 내 최씨는 차가운 강물 안으로 눈 딱 감고 뛰어 들었다.

하지만 역시 생각대로 바람은 장난이 아니었다. 보드에 올라서 세일을 들어 올리는 것 조차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간신히 세일을 들어올린 순간 바람이 여지 없이 세일을 힘껏 쳐 처음으로 ‘풍덩’. 다시 보드위로 올라왔지만 이번에도 역시 바람에 밀려 또다시 ‘풍덩’.

강둑에서 클럽장이 “자세를 똑바로 잡고 손을 뻗어”라고 연신 외쳐댔다. ‘누구는 몰라서 그러나’라고 쏘아 붙이고 싶지만 바람과 싸우기도 바쁜 최씨였다. 강물은 또 왜 그렇게 찬지. 금세 손이 곱아 입으로 연신 호호 불어야만했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몇몇 남자 서퍼들은 약을 올리듯이 물살을 가르며 쏜살같이 최씨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순간 오기가 생겼다. ‘중간에 3년이나 쉬었지만 그래도 햇수로는 3년이나 탔는 데 이런 처참한 모습으로 강을 나갈 수는 없지’라는 생각에 최씨는 다시 보드위로 몸을 올렸다.

역시 마음이 중요했다. 바람도 어느정도 익숙해졌다. 엉거주춤한 자세로나마 바람을 타고 앞으로 나갔다. 세일과 보드만 바라보기에도 바빴던 눈도 앞을 볼 수 있게 됐다. 폼도 나기 시작했다. ‘그래 바로 이 기분이야.’

95년 최씨가 윈드서핑을 처음 하게 된 것도 바로 한강이 너무나 좋았기 때문이었다. 처음 연습을 하고나서 집에 가서 1주일이나 끙끙 앓았지만 그놈의 한강이 눈에 어른거려 아픈 것도 잊고 강물에 서서히 빠져들 듯이 윈드서핑에 매료됐다.

97년 호주 유학을 가서도 보드에 올라서서 바람을 느끼고 싶었지만 자격증이 없으면 안된다고 해서 눈물을 머금고 참아야만 했다. 99년 귀국한 최씨는 지난해 다시 한강으로 돌아왔다. 국제통화기금(IMF)사태를 거치며 직장생활은 유학을 가기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빡빡했다.스트레스의 연속이었고 그때마다 역시 탈출구는 뭐니뭐니해도 한강의 시원한 바람이었다. 지난 여름휴가때는 일주일 내내 한강에서 살았다.

“한마디로 10초도 안돼 까먹는 게 윈드서핑이죠”. 보드에 올라 세일을 붙잡고 가다보면 힘들때도 있지만 뭍에 도착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강으로 나가게 되고 이 재미에 정신없이 타다보면 몸무게가 하루 1㎏은 그냥 빠지더라는 것이 최씨의 설명. 물론 이것은 최씨가 직접 겪은 일이다.

☞원드서핑 어디서 배울수 있나

초보자라도 물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고 5일 정도만 타면 누구나 윈드서핑으로 한강을 왕복할 수 있다. 기량이 늘면 한강을 왕복하는 데 2, 3분이면 충분하다. 물론 처음에는 허리 옆구리 다리 등 온몸이 쑤시는 고통을 참아야 한다.참고 견디며 계속하다보면 보기 싫은 뱃살이 점점 없어진다. 서핑때 바람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몸을 계속 앞뒤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뱃살빼는 데는 최고다.

서울은 한강 뚝섬, 지방은 부산의 광안리 해수욕장 등 대형 해수욕장에 가면 윈드서핑 클럽들이 있다. 서울의 경우 영동대교와 잠실대교 사이의 뚝섬 둔치 공원옆에 늘어서 있는 콘테이너 건물들이 윈드서핑 클럽 사무실로 모두 56개의 클럽이 있다. 서핑 시즌인 4월에서 10월 사이 이곳을 찾아가면 언제든지 서핑을 배울 수 있다. 어느 클럽이나 똑같이 연회비가 70만원이다. 일단 이 곳 클럽에 가입하면 강습과 장비대여는 무료다.수영복만 가져가면 된다. 문의 한국종합레저스포츠 02―455―3750. 지방의 경우 이 곳으로 전화화면 지방 클럽을 안내해 준다.

<이현두기자>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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